나부터 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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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돌보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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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가 만난 평화 , (강혜경 사)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갈등의 어원은 칡과 등나무다.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성질을 가진 칡과 오른쪽으로 감아 오르며 자라는 등나무가 한자리에서 자라면, 둘이 얽혀 풀기 어려운 한 덩어리가 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엉켰는지, 어디를 어떻게 풀어내면 가장 효율적일지 잘 살펴서, 서로를 달래가며 살살 풀어내면 평화로운 갈등 해결이 되고, 엉킨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 억지로 뜯어내다시피 풀어내면 폭력적인 갈등 해결이 된다.


좀 돌아가고 어렵더라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그 때 그 때의 컨디션과 감정 상태에 따라 때로는 서로의 입장을 전혀 돌보지 않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특히 나와 아주 가까운 가족, 친구들과의 갈등 상황에서 폭력적인 성향이 더 많이 나타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아끼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갈등 상황이 생겨 감정이 폭발하면,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고 나발이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과 독이 잔뜩 오른 이기심을 날카롭게 내세워 그 상황을 난도질해 결국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고 만다.


상처를 입긴 해도 오랜 시간 나와 친밀하게 지내왔던 사람들이라 서로 치유하며 관계가 회복되긴 하지만, 나의 부족한 부분도 안아주고 이해해 주는 착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은 오래 남아 나를 괴롭힌다. 그 순간 조금 참고 자제하면 되는 것을 왜 매번 놓쳐버리고 후회하는 걸까.


갈등을 해결하는 주체가 내면에 온전한 평화로움을 유지하고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평화로운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온전한 평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잘 다듬어진 탄탄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내면의 갈등부터 해결해야 한다. 해결되지 못하고 내면에 남아있는 갈등은 언젠가 곪거나 터져 심신을 뒤흔들어놓는 불안 요소가 된다.


사람들은 흔히 관계라고 하면 나와 타인, 나와 사회, 나와 환경과의 관계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관계의 가장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은 ‘나와 나의 관계’다. 평소에 나와 나의 관계를 잘 돌보지 않으면, 이성과 본능 사이, 겉마음과 속마음 사이에 균열과 괴리가 생겨 약한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 같은 상태가 되기 쉽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성숙하게 다듬어진 내면을 가진 사람들도 강한 스트레스에 여러 번 노출되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에게는 의식과 무의식이 공존한다. 이성의 영역과 본능의 영역에 적절하게 힘이 분배되어 두 영역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어느 하나의 영역이 다른 영역을 지나치게 억눌러 내면에 균열이 생긴다. 나의 내면의 음양을, 장단을, 강약을 잘 살펴서 어두운 면도 부족한 면도 넓은 품에 꼬옥 안아주고 다른 사람 기 살려줄 때 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예쁘다’ ‘멋지다’ ‘훌륭하다’ 하나하나 짚어가며 칭찬도 해주고 뭐든 할 수 있다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고 억눌렸던 곳은 펴주고 너무 팽창되어 있는 곳은 살살 눌러 바람도 좀 빼줘 가며 스스로를 다듬어간다면 온전한 평화로움에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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