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 공즉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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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공즉시색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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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75

색(色: 물질, 즉 형상이 있는 모든 것)이 곧 공(空)이고 공(空)이 바로 색(色)이라는 이 말은, 반야의 혜광(慧光)으로 비추어 본 우주만유의 직설적인 표현입니다. 즉 성품(性品)을 깨치고 나서, 간혜(乾慧: 헤아려서 아는 지혜)가 아닌 자성(自性)의 지혜광명[반야]으로 비춰 본 우주 삼라만상의 모습인 것입니다.


진리[眞如, 一圓]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진공묘유(眞空妙有)입니다. ‘진공’이란 진여의 바탕[本質, 體性]을 가리키는 것으로, 진여는 본디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는 공(空)이라는 말입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도 마찬가지 표현입니다.


‘묘유’란 진여의 작용을 일컫는 것으로써, 텅 빈 진여의 바탕에서 무궁한 조화가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오묘한 작용은 다함이 없다 해서 항사묘용(恒沙妙用)이라 하기도 합니다. 즉, 텅 비어서 아무 것도 없는 자리[眞空]에서 신통하기 이를 데 없는 무궁무진한 조화[妙有]가 일어난다는 뜻이지요.


이 현상을 ‘우주’와 ‘나’, 두 가지 경우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우주의 모습입니다.


우주에는 수많은 현상이 어떤 외부의 힘도 없이 저절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주의 별들은 서로 인력(引力)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예외 없이 성주괴공(成住壞空)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구를 보면 스스로 자전하고 공전하며 하루의 낮과 밤, 일 년 사계절로 순환하고, 안으로는 풍운우로(風雲雨露)가 있어서 삼라만상이 제각기 생주이멸(生住異滅),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주현상계를 움직이는 힘[動力]은 무엇입니까? 이 거대한 힘의 근원(根源)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바로 ‘진공’입니다. 텅 빈 진여의 바탕에서 이 무한한 작용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다음은 ‘나’의 모습입니다.


나는 한시도 쉬지 않고 숨을 쉬며 모든 감정을 느끼고 천만 가지의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려우면 손이 가고, 목이 마르면 물을 찾고, 졸리면 눈이 감기고, 누가 부르면 대답을 합니다. 헌데 내가 이처럼 모든 것을 느끼고 모든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건 바로 ‘마음’입니다. 마음이 내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어디에 실체가 있습니까? 그것은 대체 어디에 존재합니까? 마음의 본질도 또한 ‘진공’입니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이 ‘마음’이 천만 억의 행위를 나투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주에 있어서나 나에게 있어서나, 신비하기 이를 데 없는 무궁한 조화의 원천은 바로 공(空)이라는 것 ― 이것이 바로 진공묘유(眞空妙有)의 현상, 즉 ‘참된 공에서 무한한 묘용을 내는’ 진리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우주 삼라만상의 본질은 공(空)이며, 이 텅 빈 바탕에서 모든 것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나투어 있음을 가리켜 ‘색(色)이 곧 공(空)이요, 공이 또한 색’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색즉시공이라 함은 앞서 설명한 우주가 그 예가 되고, ‘수상행식도 또한 이와 같다’[受想行識 亦復如是] ― 즉, 수(受)·상(想)·행(行)·식(識)도 또한 공(空)이다 ― 는 말씀은 내 마음이 그 예가 되겠는데, 이렇게 ‘오온이 모두 공함’[五蘊皆空]은 반야심경의 핵심입니다.


내 마음의 텅 빈 바탕[自性]은 우주의 텅 빈 바탕[本源]과 같기 때문에, 누구든 자성을 깨치면 저절로 우주만유의 근원도 또한 알게 되는 것이며, 이 ‘텅 빈 바탕’에서 나타나는 ‘상(相) 없는’ 지혜(앎)가 바로 반야(般若), 즉 공적영지(空寂靈知)입니다.


사람이 자기의 성품을 깨치기 전엔 아무리 생각해도 색(色)이 공(空)일 수가 없으며, 무(無)에서 유(有)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불법의 정수(精髓)를 깨치고 고락(苦樂)의 본질을 알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자기마음의 ‘본바탕’을 보아야합니다. 모든 불보살 성인의 가르침과 불법의 뿌리는 늘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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