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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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기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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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선명 교무 , (원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덕진교당 교무)



창생제도의 책임을 부촉하신 법인의 날을 지내면서 지난 20일~24일까지 ‘종교환경회의’가 주최하고 5개종단(원불교, 개신교, 천주교, 불교, 천도교)의 8개 환경단체가 참여한 ‘핵없는 세상을 위한 범종교 탈핵 생명평화순례’에 다녀왔다.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탈핵을 선언하거나 모색하고 있건마는 우리나라는 오히려 수명이 다한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는 등 핵 발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종교인들이 함께 생명이 죽임당하고 평화가 짓밟히고 있는 동해안 핵발전 벨트(고리, 월성, 울진)와 신규 건설예정지(영덕, 삼척), 그리고 경주의 방폐장 건설현장을 둘러보며 현실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름하여 ‘탈핵생명평화순례’이다.


그동안 교단에서는 1980년대 후반 영광 핵발전소 건설 당시부터 일관되게 ‘반핵’의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이는 ‘천지보은회’라는 환경단체가 탄생된 배경이기도 했다. 이후 2003년 영광 핵폐기장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교단의 반핵 역량도 정점에 치닫게 되어 전국에서 7,000여명의 교도들이 영광에 모여 핵폐기장 결사반대의 외침을 통해 정부정책을 무산시켰다.


세계는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신규 건설을 중지하거나 보류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었고, 작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에는 ‘탈핵’을 선언하는 나라들이 늘어가고 있다. ‘반핵’에서 ‘탈핵’, 이것이 함의하는 바는 기실 크다. 즉 위험한 핵발전 자체를 반대하던 반핵에서, 탈핵은 대안을 제시하는 반대여서 진일보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탈핵인가? 핵발전에 대해 톺아보자.



먼저 안전한 에너지인가?


그럴까? 이미 핵발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쓰리마일), 러시아(체르노빌), 일본(후쿠시마)에서 치명적인 노심용융(meltdown) 사고가 일어났다. 핵발전은 자그마한 실수 하나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미 보아왔지 않은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주변의 수십키로미터 반경은 죽음의 땅이 되어 거의 영구한 세월동안 출입불가의 지역이 되어 버렸고, 또한 인간 삶의 터전을 빼앗은 것 뿐만 아니라, 거기에 깃들어 살던 일체생령들의 삶터를 망가뜨려 생태계 자체를 교란시키는 죄악을 저질렀다. 우리나라도 1978년 상업발전을 시작한 이래 공식적인 통계상으로만 660여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통계자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게 사실이다.



둘째, 청정에너지인가?


핵발전소에 가보면 굴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원료를 가득 쌓아놓은 야적장도 없고 시끄러운 기계 돌아가는 소리도 없으니, 외형상 깨끗한 공장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결코 아니다. 보통 30여년(최근 것은 그 이상)의 설계수명으로 완공된 핵발전소는 발전하는 과정과 이후 치명적인 핵폐기물을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핵폐기물이 우리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핵발전소에 근무하는 인부들이 작업에 사용한 모든 피복류, 장구류 등이 중,저준위 핵폐기물이고 이를 보관하는 핵폐기장이 현재 건설 중인 경주 방사성폐기물 보관장소(방폐장)이다. 그러나, 1986년부터 시작된 방폐장 건설사업은 아홉 차례나 입지선정에 대한 홍역을 치르다가 2005년부터 경주에 건설을 시작하였으나, 아직도 완공을 하지 못하고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 이유는 건설현장의 암반구조가 1급을 유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추를 한 결과 4~5급 암반으로 판명된 것이다. 5급의 암반은 삽으로 팔 수 있는 정도다. 또 지하수가 하루 수천톤씩 용출되어, 결국 완공을 한다 하더라도 콘크리트의 크랙사이로 지하수가 유입되고, 그 안에 쌓아놓은 핵폐기물 드럼통을 부식시켜 결국 방사능이 누출되고 이로 인해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치명적인 오염을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셋째, 경제적인 에너지인가?


미국의 저명한 듀크대 블랙번 교수 등은 미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핵발전 원가가 2010년 이후 태양광발전 원가보다 더 비싸졌다고 보고했다. 기술발전으로 태양광 발전단가는 꾸준히 낮아지고, 핵발전 단가는 올라가 그 교차점이 지났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1980년대 후반 이후 약 25년간 전 세계의 핵발전소 수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태양광발전은 매년 50% 이상의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핵발전 단가에는 발전소 폐쇄비용과 핵폐기물 관리비용, 그리고 사고 발생시 처리비용과 보험료 등이 포함돼야 한다.(또한 양수발전소 운영비용까지 포함돼야 한다.) 결코 싸지 않다. 폐로와 핵폐기물 관리비용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매우 비싼에너지이다.


이번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인적, 물적 피해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이제 일본의 국운은 끝났다’라고 단언한다. 결국 핵에너지는 결코 안전하지도, 청정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우리의 무지와 탐욕과 국민을 속인 핵산업계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의 결과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인류는 ‘꺼지지 않는 통제 불가능한 불’로 불리는 핵에너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의 후손들로부터 잠시 빌려쓰는 오늘을 우리는 탐욕과 타협하지 않아야 하며, 나아가 사은의 공물인 일체생령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원기 93년 전 대종사께서 9인 제자에게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다’ 하신 그 말씀이 오늘 우리로 하여금 탈핵과 생명평화의 순례에 나서게 한 당위이며, 길위의 기도는 바로 창생구원의 책임을 다하는 기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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