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풍아의 보건의료사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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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풍아의 보건의료사업 3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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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프리카의 어머니 김혜심 교무, "시아봉가, 꼬레아!" 17

매일매일 환자를 보면서 때때로 무의촌 순회 의료봉사를 펼치던 원광보건소는 종종 다른 지역 주민들로부터 ‘우리마을에 한번만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자신의 집이나 마을에 보건소에 올 수 없을 정도의 중증 환자들이 있으니 살펴달라는 것. 특히 AIDS가 심해져 거동 조차 할 수 없는 환자들이 비위생적인 집에서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2002년 몇 집을 둘러본 김혜심 교무는 매주 수요일을 중증재가환자 방문치료의 날로 잡고 현재까지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을 보살피고 있다.


주로 10집 내외를 돌아보는 방문치료날에는 이미 인근의 아픈 사람들이 모여 김 교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환자를 봐도 늘 시간이 모자라 보건소에 올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방문을 권유했다. 상태가 어떠냐고 묻는 것부터 시작하는 상담과 처방, 영양제에 부식들을 구입해 전달하기도 했다. 주 1회 진료로 중환자가 갑자기 말끔히 낫지는 않지만,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주고 병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주며, 특히 사는 집과 마을을 직접 둘러보며 불편한 점이나 개선점 등을 파악하는 데는 큰 의미가 있었다.


성인남성의 60% 이상이 앓고 있다는 AIDS는 일부다처제 풍습과 15세 미만 미혼모가 많은 스와지랜드에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전염이 된다. 특히 부모 중 한 명이 환자인 경우 임산부의 출산에서의 수직 감염이 많아 5세 미만 유아 사망률도 높다. 엄마가 에이즈환자라고 아이가 무조건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정확한 출산 과정을 통해야만 아이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센터와 약간 떨어진 마을에서 1년동안 9명이 열반했는데, 그 중 3명은 에이즈 환자 가족이었고, 어린이 2명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자식을 잃고 오열하던 엄마의 눈물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가족계획이나 피임기구사용, 인식 개선 등 많은 방도를 찾아보았지만, 몇백년을 이어온 풍습을 고칠 순 없었다. 어른들을 바꿀 수 없다면 청소년에게 예방교육을 시키자는 결심이 들었다. 2005년 12월 10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도움으로 한쪽에 30평 규모의 Sunshine 에이즈 쉼터가 문을 열었다.


허나 문을 열고 청소년들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아무도 찾질 않았다. 쉼터 이름을 그냥 ‘에이즈쉼터’가 아닌 ‘선샤인쉼터’라고 이름 붙인 이유도 그렇지만, 이 곳 사람들은 AIDS를 죽음의 병이라 부르며 환자임을 숨기기 급급했다. 2006년 인근 학교마다 포스터까지 붙이며 교육 행사를 준비했으나 단 한명도 오지 않았다. 그런 실수를 교훈 삼아 두 번째는 영화도 보여주고 간식도 준다며 홍보를 해, 몇 명이 쭈볏쭈볏 찾아왔다. 재미있게 놀다가 말미에 예방교육을 살짝 끼워넣었다. ‘에이즈는 수많은 병 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는 예방교육을 조금씩 조금씩 확대하다보니, 청소년 외에 실제 에이즈환자들의 등록도 늘어났다. 757명까지 등록했던 에이즈 환자들은 2012년 현재 730명, 그 동안 세상을 떠난 환자들을 위해 김혜심 교무는 늘 기도와 독경을 해주었으며, 특히 가난한 환자들에게는 영양 공급을 위해 주식과 부식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는 매달 많은 청소년들이 에이즈예방교육에 참여해 교육도 받고 영화도 보고 돌아간다. 제법 진지한 질문도 늘어 까풍아 지역 전반적인 인식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역할을 한 청소년 콘서트는 2005년 에이즈를 주제로 한 연극·춤·노래·합창 등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꾸려 지역잔치처럼 매년 열고 있는 행사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VCT (Voluntary Counselling & Testing)팀과 연결해 정기적인 상담과 검사도 진행하는 동시에, 원광제약(故 김제백 교수)이 후원한 ‘효삼’ 공급, 2006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양종훈 상명대학교 교수의 ‘스와지랜드 AIDS 사진전’ 등 많은 관심과 응원 속에서 김혜심 교무의 에이즈 예방교육과 환자들의 지원이 이어져가고 있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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