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허공'을 잘 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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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허공'을 잘 이용하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1.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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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87

「허공이 천하 만물의 주인이니 천지는 허공을 이용하여 그 덕을 베풀며, 빈 마음은 만물의 주인이니 그대들은 이 빈 마음을 잘 이용하여야 물질 이용도 잘 하게 되리라. 선(禪)은 마음 허공을 알리며 마음 허공 이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대학이니, 마음 허공을 잘 알아 이용하면 세계의 주인이 되리라.」(정산종사법어 원리편 20장)



결정해야할 게 많고 일이 복잡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잠시 동안 모든 생각을 비우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입니다. 선(禪)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이렇게 하면 마음의 텅 빈 자리에 절로 밝은 영성(靈性)이 있어서 도리(道理)에 맞는 지혜가 솟아남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곧 공적영지(空寂靈知)입니다.


이처럼 ‘빈 마음’은 청정한 지혜의 어머니이며 바른 육근동작의 시발점입니다. 빈 마음은 자신과 주위사물들에 대한 탐욕적 집착을 놓아 물질생활에 있어서도 사치나 낭비를 하지 않게 합니다.


진리수행에 있어서는, 텅 빈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이 정념(正念)이며 무엇이든 망상 분별하는 생각이 사념(邪念)입니다. 정념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여 나 자신을 해탈 성불케 하지만, 사념은 중생이 분별 집착하는 생각으로 일체의 상(相)을 취하므로 끝없는 윤회의 사슬입니다. 부처님은 금강경에서 「마땅히 법도 취하지 말고 법 아닌 것도 취하지 말지니, 법도 마땅히 오히려 놓을 것이거늘 어찌 하물며 법 아닌 것이리오. (不應取法 不應取非法 法尙應捨 何況非法)」라 하셨습니다.


‘빈 마음’ 혹은 ‘마음 허공’을 잘 이용하라는 것은 각자의 공적영지를 활용하라는 뜻입니다. 마음은 텅 비어있는 것이 본래의 제 모습으로, 이 텅 빈 마음 자체가 법신불이고 자성불이며, 원래 요란함도 어리석음도 그름도 없는 심지(心地)입니다. 이 자리를 깨치면 공(空)을 깨치고 자기의 참모습[本來面目]을 깨치는 것이며 진리의 몸뚱이를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견성입니다. ‘가없는 허공’ 같은 이 마음의 본체를 깨달으면 부처님의 팔만사천법문이 하루아침에 이해되고, 비로소 주인으로서 자기마음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서유기(西遊記)라는 중국고전이 있는데 그 주인공의 이름은 손오공(孫悟空)입니다. 이름을 풀이하면 공(空)을 깨달았다는 것인데, 그러기에 종횡무진으로 도술을 부린다는 이야기는 과장이지만, 현실적으로 공을 깨치면 불법의 근원을 통달하게 되어 더 이상 말과 글자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옛날 불법을 구하러 떠난 원효스님이 해골바가지 물을 마신 뒤 길을 되돌아온 것은 불법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본래 공함을 깨쳤기에 그 마음, 즉 ‘마음 허공’을 이제는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나에게 한 권의 경전이 있으니


종이와 먹으로 된 것이 아니라


펼쳐보면 한 글자도 없으나


항상 큰 광명을 나투네.


(我有一卷經 不因紙墨成 展開無一字 常放大光明)



세상의 모든 지혜 가운데 부처님의 지혜보다 나은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지혜는 공적영지라, 우리 모두가 ‘마음 허공’ 속에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중생은 그것을 몰라 스스로 ‘빈 마음’을 허물어 거꾸로 지혜와 행복을 구하는 것이지요.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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