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가을, 노년이 행복한 삶을 준비하자
상태바
부부의 가을, 노년이 행복한 삶을 준비하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1.23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권도갑 교무의 시대공감, 생생토크

“결혼은 행복한 장례식이다”는 김영택 신부님이 지은 책이 있습니다. 결혼은 각각의 개인은 죽고 남편과 아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정말 적실하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저도 결혼 후에 교화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2주에 한번 정도 만나는 생활이었습니다. 자녀 교육과 가정의 경제생활을 다 아내가 맡아 하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갈등이 쌓여갔습니다. 어느 날 힘든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를 하던 중에 결혼하고서 자신이 아내 앞에서 남편으로 있어야 하는데 늘 교무로 서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아내가 교무인 나를 위해 희생해 주기만을 바랐지 자신이 아내의 남편임을 잊고 살았던 것입니다. 아들에게도 그렇게 대하였습니다. 그에게 설교만 했지 함께 마음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밖에 나가서는 교무이지만 집안에서는 남편과 아버지가 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남녀가 결혼을 앞두고 배우자를 결정을 할 때에는 내면에서 서로가 꼭 필요한 인연을 선택하여 만납니다. 때문에 가정의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결혼하면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인생에 다양한 경험을 하며 점점 철이 듭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 되어 보며 부모님에 대한 은혜를 새롭게 느낍니다. 자연히 지난 세월에 담아온 부모에 대한 갈등과 원망을 대부분 녹게 됩니다. 우연한 만남이란 없습니다. 부부는 서로를 성장 시켜주는 귀한 존재이므로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서서 함께 영혼이 깨어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정확히 자기를 보지 못합니다. 상대가 있어서 서로를 비추어주는 거울의 역할을 합니다. 가까운 인연을 통해서 자기 내면을 볼 수가 있습니다. 서로의 장점과 허물을 내 것으로 받아들일 때 하나가 됩니다. 이것이 부부의 만남에 그토록 소중한 것입니다. 내가 평소에 바라보는 배우자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임을 보게 되면 보이지 않은 내면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관계가 됩니다. 이번 생에 배우자로 만난다는 것은 서로가 성장하는 너무도 소중한 만남입니다. 이 사실을 자각하면 함께 하는 것이 좋고 감사할 뿐입니다. 사랑은 주는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여기에 있습니다. 가정에서 우리는 조건 없는 사랑을 배웁니다. 그러면 세상을 행해서도 그렇게 살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상대의 인정과 사랑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봅니다. 그러면 스스로가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많은 부부들이 결혼 생활을 하면서 받은 아픔이나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삽니다. 한 부인이 젊을 때 남편의 외도를 한마디 설명도 없이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그때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화가 안 풀린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랜 세월을 마음을 닫고 살게 됩니다. 부부가 살면서 생기는 갈등은 오래 쌓아놓으면 병이 되며 상대에 대한 불신이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의 속상함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건강한 것입니다. 지난날 묵은 아픔을 용기 있게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화가 이루어지며 오해가 풀리고 신뢰가 쌓입니다. 싸울수록 정이 깊어진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이렇게 부부의 연을 맺고 살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합니다. 어떻게 이별을 준비하고, 또 홀로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정확히 보면 우리는 오늘 만나는 사람과 이별하고 다음날 또 새사람을 대면합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은 어제 본 사람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항상 새롭게 태어납니다. 내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착각입니다. 사실은 내일이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내가 만나고 경험하는 것은 지금 뿐입니다. 혼자가 된 사람도 주위에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데 지금 그 사람과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만남이 그냥 스치는 지루한 것이 되지 않고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