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와 무념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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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와 무념공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1.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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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97

“어떤 것이 중도(中道)의 뜻입니까?”


“가장자리[邊]의 뜻이다.”


“지금 중도를 물었는데 무엇 때문에 가장자리의 뜻이라고 하십니까?”


“가[邊]는 가운데[中]로 인해서 서고, 가운데[中]는 가[邊]로 인해서 생긴다. 만약 가[邊]가 없다면 가운데[中]가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 가운데라고 하는 것은 가장자리로 인하여 비로소 있게 되는 것이니, 가운데와 가장자리는 서로를 인하여 서서 모두 항상성이 없음[無常]을 알라.”《頓悟入道要門論》


대승불교의 핵심사상 가운데 중도(中道)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중도는 낱말풀이로 보면 ‘가운데 길’이라는 뜻이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란 가장자리가 아닌 가운데, 혹은 좌(左)나 우(右)가 아닌 중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가[邊]와 가운데[中], 있음[有]과 없음[無], 옳음[是]과 그름[非], 선(善)과 악(惡) 등등, 모든 상대적 두 견해를 떠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흔히 말하듯이, 많거나 적음, 강하거나 약함, 빠르거나 느림과 같은 두 극단(極端) 사이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함’이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님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중도를 보여주는 예는 먼저, 진리의 작용입니다. 천지가 운행하는 도는 옳음도 그름도, 선도 악도, 더러움도 깨끗함도 없습니다. 천지는 다만 인과의 이치에 따라 운행할 뿐, 만물을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아서 그 어떤 것에게도 끌리거나 머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물을 낳고 기르면서도[化育] 또한 만물을 상하게도 죽이기도 하며, 때가 되면 자기 자신도 부서져 티끌로 돌아갑니다. 이것이 곧 천지가 보여주는 중도입니다.


다음으로 중도는 우리 각자의 성품작용에 있습니다. 육근(六根: 眼耳鼻舌身意)을 통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할 때, 우리가 텅 빈 본래의 마음자리에 있으면 그 어디에 끌리지 않고도 오롯한 성품의 작용을 얻는데, 이것이 중도입니다. 예를 들어, 창밖의 경치를 보면서 좋다, 나쁘다 하는 생각을 떠나서 보면 그것이 중도입니다. 일을 할 때 괴롭다, 즐겁다 하는 생각을 내려놓고 순서에 맞게 일을 하면 그것이 중도입니다. 옳다, 그르다 하는 생각을 버리고 빈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여 스스로의 성품작용을 따르면 그것이 중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본래 마음자리[心地]는 언제나 중도가 아닌 적이 없습니다.


이제 불교의 중도를 우리 원불교의 가르침에 비추어 말하자면, 그것은 곧 ‘응용무념’ 혹은 ‘무념의 공덕’입니다. 여기서의 무념은 일체의 망상과 분별주착이 사라진 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법신불 일원상과 하나인 자리입니다. 소태산대종사께서는 “경계에 응하여 무념을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덕[응용무념이 가장 큰 덕]”이라 하셨고, 정산종사께서는 이 무념을 갖추는 공부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무념의 공부는 곧 일용 행사에 오직 염착(染着)하는 생각을 없게 하는 것이니, 이른바 보는 데에도 착(着)이 없이 보고, 듣는 데에도 착이 없이 듣고, 말하는 데에도 착이 없이 말하고, 동(動)할 때에도 착이 없이 동하고, 정(靜)할 때에도 착이 없이 정하여, 항상 그 망상을 멸도(滅度)케 하고 진여(眞如)를 자득(自得)케하는 공부라 할 것이니라. 그러므로, 대종사께서 공부의 진실처(眞實處)를 말씀하실 때 필경 이 무념으로써 최상법문을 삼으시고, 부처님께서도 도덕의 본지(本旨)를 해석하실 때에 다 이 무념으로써 표준하셨나니라.」(법어 경의편 25장)


이렇게 ‘무념’이란 그 어디에도 기울고 주착하지 않는 마음이며, 일체의 망상분별을 떠난 자성(自性) 그대로의 마음으로써, 말하자면 불교의 중도(中道)를 마음 개념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성인들께서 한 목소리로 이르신 이 자리를 직접 확인하고 체험하기 위해서, 언어와 문자를 넘어 안으로 깊이 정진하는 분들이 많아져야 우리 교단의 앞날에 희망이 있습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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