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정신은 문화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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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정신은 문화의 정신"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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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성천의 책 읽어주는 교무 1

청소년 법회를 진행 할 때면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각자가 가장 존경하는 위인 한명을 꼽아 말해보라는 것이다. 의외로 어려서부터 위인전을 줄곧 읽어본 덕인지 곧장 대답들을 잘한다. 그런데 연이어 ‘그 인물을 통해 무엇을 배웠으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하면 사뭇 진지하면서도 머뭇거린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이 시대의 리더’, 지금 필요한 ‘우리의 가치관’, 또는 ‘정체성’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를 빼앗겼던 시기, 임시정부를 이끌고 한 평생을 독립운동에 힘썼으며 오직 민족과 국가와 국민을 생각했던 인물이 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반드시 거론되어야 하는 인물. 바로 ‘백범 김구’이다. 그리고 그가 독립운동으로 인하여 언제 죽을지 몰라 자식에게 자신의 자취, 즉 유언처럼 남긴 것(상권)과 파란만장했던 사건들로 가득했던 1950년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망(國望)에 대한 자신의 과오와 반성을 다룬(하권) ‘백범일지’가 있다.


물론 이 책에 대한 제목과 내용에 대하여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부분은 김구의 업적을 다룬 ‘백범일지’의 상, 하권의 전반적인 내용보다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되어진 「나의 소원」이라는 단락이다. 이는 이 역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백범 김구 자신이 말하고자 한 주장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민족국가가 무엇이며,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정치이념인 ‘자유’와 진정한 ‘민주주의’가 어떠한 것인지 언급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제시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그가 왜 그토록 독립운동에 힘썼으며, 또한 앞으로 후세들이 가꿔가야 하는 우리나라의 미래지향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간곡히 역설(力說)하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이어 김구는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무력, 경제력, 자연과학의 힘이 아니라고 했다. 인류가 불행한 이유는 ‘인의’, ‘자비’,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이 오직 ‘문화’라고 했다. 문화의 힘. 물질문명에 대한 시대인식이 아닌 정신문명의 개벽을 언급한 것이다. 앞으로 이 나라는 형식적·물질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아닌 가치 중심적·정신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언급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원불교 100년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사명에 대하여 다시금 질문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정산 송규 종사가 『원불교 교사』의 서설에 언급했던 ‘우리 회상은 과연 어떠한 사명을 가졌으며, 시대는 과연 어떠한 시대이며, 대종사는 과연 어떠한 성인이시며, 법은 과연 어떠한 법이며, 실행 경로는 과연 어떻게 되었으며, 미래에는 과연 어떻게 결실될 것인가’에 대한 원불교적 시대인식이었다. 또 하나는 백범 김구도 그토록 강조했던 문화의 힘, 즉 정신개벽·정신문명의 창도를 우리 교단은 과연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책을 통해 한 시대의 인물이 지녔던 역사인식을 구명해봄으로써, 원불교 100년이 주는 우리들의 역사적 인식과 시대적 가치관은 과연 무엇인지재조명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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