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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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4.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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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콩달콩 생명이야기 / 최원형, (불교생태컨텐츠연구소장)

두터운 겨울옷이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는 4월이다. 하늘거리는 블라우스는 언감생심이고 외투를 벗기도 두려운 게 요즘 봄이다. 아예 봄, 가을이 사라져버린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드물지 않게 들린다. 어쩌면 우리도 이제 여름과 겨울 두 계절만 맞이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철이 철을 모르는 것은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우리는 경우에 합당하지 않고 무지한 경우에 맞닥뜨렸을 때 철부지하다고 한다. 철부지란 철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요즘 봄 날씨만큼이나 상식이라 생각했던 것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기온이 꼭 그렇다. 이렇게 철이 철을 모르고 널뛰기하듯 하는 까닭에는 우리의 오만함이 작용한 게 아닌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5월 혹은 6월초 쯤에나 제철이어야 할 딸기가 이미 끝물이다. 하우스 딸기가 한겨울부터 나오기 시작해 정작 제철에는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니 과일도 철부지라고 해야 할까? 한겨울 하우스 안은 한여름처럼 덥다. 그 안에서 키운 딸기는 하우스 온도를 높이기 위해 들어간 화석연료비를 포함한 가격으로 팔린다.


비싸면 안 사먹으면 그만이지만 불필요하게 사용된 화석연료가 남긴 찌꺼기들로 인해 망가져가는 지구 환경은 어쩔건가 말이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자란 딸기라면 필요 없었을 화석연료를 우리는 먹는 과일에까지 낭비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과일을 먹고 있다 생각하지만 실은 석유를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석연료를 포함한 천연자원의 사정은 어떠한가? 무한히 퍼 올릴 수 있는 화수분이라면 문제될 게 없을까? 일단, 무한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고, 또 한 가지 무한히 쓸 수 있을 만큼 자원이 있다 해도 문제는 생긴다. 쓰레기다. 사용하고 난 뒤 생겨난 쓰레기들을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다.


하우스 안을 덥히느라 쓰여 지고 나면 공기 중으로 퍼져가는 이산화탄소, 그로인해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북극에 구멍이 뚫리고 빙하가 녹아내리고 북극곰은 낚시를 해야 먹고 사는데, 얼음이 녹아 물에 빠진다. 곰이 살 수가 없는 북극이 되어버렸다. 태평양 투발루의 주민들은 자기들이 사는 섬이 물에 잠겨 곧 딴 곳으로 이주를 해야 할 형편이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유량이 증가하자 방글라데시 국토의 2/3가 해마다 물에 잠긴다. 우리는 추운 날 빨갛게 잘 익은 딸기를 먹기만 했는데, 그런데 그 결과는 아주 끔찍하다. 극단의 표현이라 생각하지만 선진국들 대부분의 안락한 삶은 이렇듯 많은 생명들의 목숨을 담보한 거다.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무지로 지은 죄가 더 크다는 붓다의 말씀을 나는 요즘 절실히 느낀다. 모르고 지었던 죄라고 하기엔 그 파장이 너무 크다. 내 당대로 그칠 일이 아니라 내 후손들에게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엄청난 불행이 차고 넘친다. 그걸 우리는 안락, 편리, 청결, 쾌적 같은 말들로 눈 가리고 있는 거다. 너무 늦지 않았다고 말하기에도 이미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한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어서 실천에 옮겨야 한다. 내 행동으로 인해 현재의 뭇생명과 미래의 뭇생명에게 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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