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농부여 집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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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농부여 집결하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5.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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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콩달콩 생명이야기 / 소란 , (교도, 텃밭 보급소)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남의 땅을 불법으로 점유하여 꽃이나 채소밭을 가꾸는 것’ 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허가받지 않은 불법 행위를 하는 게릴라 가드너들은 전세계 도시 곳곳에 더 자주 출몰하고 있다. 게릴라 가드닝은 황량한 도시에 시멘트가 아니라 한 평의 흙을 되살리고, 꽃을 심고, 텃밭을 경작하여 도시의 환경파괴와 오염에 맞서며 작은 녹색의 균열을 내는 도시화에 맞서는 작은 전쟁이다. 갈수록 공적 공간의 시장화가 가속되고, 출입을 제한받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시장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도시는 더욱 콘크리트 속에 쌓여만 간다.


몸을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유통 산업이 내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지금의 도시에는 마치 텃밭이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작은 텃밭과 녹지는 도시의 마지막 허파이자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땅이다. 그러한 땅을 확보할 수 없는 때 더 이상 도시는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아니라 산업화를 위한 식민지에 불과한 불모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 게릴라 가드너들은 씨앗폭탄을 만들어 공사장이나 쓰레기로 뒤덮인 방치된 땅에 씨앗폭탄을 투척하여 꽃밭으로 바꿔낸다던지, 신도시건설과 같은 개발에 맞서 불법점유 농사를 짓기도 하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오늘도 꽃과 씨앗을 들고 작은 전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도시농업게릴라들은 허가를 받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시의 버려진 땅에 피어나는 한 떨기 꽃을 바라보며 미소 짓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과 같이 꽃을 심고경작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당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피복율이 75%를 넘어선 서울에도 일찍이 게릴라 가드너들이 있었으니 바로 강둑이나 산기슭과 같은 곳에 텃밭을 만들어 불법 경작해 오신 선구적인 할머니들이었다. 그녀들은 도시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빈 땅을 귀신같이 찾아내어 식구들을 먹이는 것은 물론 잉여를 이웃과 나누는 전술도 보여왔다. 그런데 서울에 젊은 게릴라가드너들이 출몰한다. 그들은 5월 4일 토요일 밤 9시 복면을 하고 엣지있는 농부패션을 한 채, 삽과 호미와 같은 연장을 들고 젊음의 거리로 대표되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의 버려진 화단을 점유하여 공공텃밭을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도시농업 게릴라여 집결하라’는 지령을 받은 도시농업게릴라들은 이날 지령에 따라 홀연히 나타나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밭을 만들고 꽃과 허브와 농작물들을 심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플래시몹을 한다. 이날의 플래시몹에는 동네주민들과 도시농부들이 한판 재미난 놀이와 퍼포먼스를 함께 선보일 것이다. 서울의 삭막함에 반대한다면 이날 함께 호미를 들고 춤을 추다가, 씨앗폭탄을 던지고, 꽃과 채소를 심고 홀연히 사라져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도시에 콘크리트에 몸을 숨기고 다음 지령을 기다리며 도시의 녹색균열을 낼 궁리를 하는 게릴라 가드너가 되어보자. 우리 꽃을 들고 씨앗을 들고 싸우는 게릴라 가드너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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