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비밀의 누설
상태바
1급 비밀의 누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8.12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오세관 교무와 함께하는 의두 23 기행 9

변산구곡로 석립청수성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


(邊山九曲路 石立聽水聲 無無亦無無 非非亦非非)


변산의 굽이치는 계곡에서 돌이 서서 물소리를 듣네. 없고 없고 또한 없음 마저도 없으며, 아니요 아니요 또한 아님 마저도 아니라 하네.


대종경 성리품 11장에 나오는 대종사님의 법문이자 대적공실 네 번째 의두,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1. 초월하라!


그러면 그 천지가 뿜어내는 비기를 한번 알아봅시다.


무무역무무(無無亦無無)는 ‘없단다 없단다 없는 것 그것 마저도 없단다’는 뜻입니다.


없을 무(無)는 있을 유(有)에 상대되는 말이지요. 우리가 항상 눈에 보이는 것, 있는 것 즉 유에만 집착하니까 ‘없단다 없단다’ 하신 것입니다.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것이 앞의 ‘무무’입니다. 그런데 뒤에 ‘없는 것 그것도 없단다’ 하셨습니다. 유도 아니고 무 그것도 아니라는 말인데 결국 유무초월을 말하는 거지요.


비비역비비(非非亦非非)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닐 비(非)는 옳을 시(是)에 상대되는 상징어입니다. 우리가 뭣 좀 알다보니까 주견이 생겨서 ‘야! 이게 맞아’ 하며 뭐든지 당장은 옳다고만 합니다. 그래서 시비가 생기지요. 그래서 ‘아니란다 아니란다’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니라고 하는 그것도 결국 아니다고 하셨습니다. 시비마저 벗어난 자리를 뜻합니다. 시비초월의 자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는 ‘유무초월, 시비초월의 생사문’ 자리를 말합니다.



#2. 무(無)와 비(非)를 나눈 뜻


그런데 무든 비든 하나만 해도 유무초월을 말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무와 비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왔을까요?


‘유무’는 뭡니까? 있는 것에서 없는 것으로, 없는 것에서 있는 것으로 즉 ‘변화’를 말하는데, 대소(大小)를 덧붙여 ‘우주만물의 순환무궁한 이치’를 강조한 대소유무를 말합니다. 대소유무의 이치 한마디로 성리(性理)에서 보면 ‘리(理)’자리를 말합니다.


‘시비’는 뭐지요? 이해(利害)를 덧붙여 ‘옳고 그르고 이롭고 해롭다’ 즉 시비이해는 ‘인간의 일’입니다. 따라서 ‘비비역비비’는 인간의 시비이해 그걸 벗어난 ‘청정한 인간의 본래 성품’을 더 강조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성리(性理)에서 보면 ‘성(性)’자리입니다.


자! 이처럼 무와 비를 나눈 뜻은 같은 ‘유무초월의 생사문’을 뜻하지만 ‘우주의 순환 원리’를 강조하기 위해 ‘무(無)’를 썼고, ‘인간의 본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非)’를 썼습니다. 진리는 우주와 인생의 원리이듯 말입니다.


따라서 의리적으로 본다면 “가만히 변산의 굽이치는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유무 초월이요, 시비마저 벗어 났구나” 하며 성리 소식, 즉 우주와 인생에 대한 깨침을 직설적으로 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언어도단의 입정처이요 유무초월의 생사문이구나”하신 겁니다.



#3. 무엇과 하나되는가?


결국, 자신에게는(內) 존재와 논리를 초월하여 “없소(無), 아니요(非)”했을 때 진리와 교통할 수 있는 것이며, 밖으론(外) “모두가 부처이니 일마다 불공”해야 진리와 하나될 수 있습니다. 안으로는 항상 근원자리에 들어가고, 밖으로는 처처불상 사사불공하자는 말입니다. 이 화두는 이 같은 의미를 진하게 내뿜으며 우리에게 “어서 부처되자!”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영산회상에서 법설을 하시다가 강연히 꽃을 드시어 빙긋이 미소를 지은 가섭에게 ‘너는 꽃을 든 이유를 알았으니 정법안장을 준다’고 하셨듯, 대종사님 역시 변산의 물 흐르는 것을 보시다가 이 의두를 던지시며 ‘이 뜻을 알면 도를 깨친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묵연히 돌이 되어 내외를 잘 보고 계시나요? 아니면 밤에도 낮에도 스마트폰과 하나 되어 모래알 속에서 천기를 찾고 계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