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인의 네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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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인의 네가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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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세관 교무의 함께하는 의두 23 기행 10 / 우세관 교무 , (강원교구 김화교당)

有爲爲無爲 無相相固全


忘我眞我現 爲公反自成


(유위위무위 무상상고전


망아진아현 위공반자성)


불보살은 함 없음에 근원하여 함 있음을 이루게 되고,(무위)


상 없는 자리에서 오롯한 상을 얻게 되며,(무상)


나를 잊은 자리에서 참된 나를 나타내고,(무아)


공을 위하는 데서 도리어 자기를 이룬다.(봉공)


정산종사법어 무본편 33장의 법문이자 대적공실 다섯 번째 의두입니다. 2주에 걸쳐 풀어봅니다.


무위, 무상, 무아 등 없는 자리에 근원하여 있는 자리를 나투되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지공무사 또 무아봉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네 가지가 아닌 ‘수도자로 세상을 살아가는 네 가지 지혜’, 그것이 오늘 여러분께 드릴 말씀입니다.



#1. 일은 흔적 없이 하라


첫째는 무위(無爲)입니다. 일을 하되 ‘함이 없이 하라’는 말입니다.


무위도식(無爲徒食)이라는 말이 있지요. 하는 일 없이 먹고 노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무위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말입니다. 불가에서의 무위는 놀고 먹는 식의 아무것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불가에서 ‘무위’라 함은 ‘흔적 없이 하라’는 말입니다. ‘그림자같이 하라’는 겁니다.


선시(禪詩)중에 ‘대 그림자 뜰을 비 질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앞마당에 대나무 숲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보름달이 훤히 비치는 달밤에... 이 대나무 그림자가 비쳐 달이 기울어짐에 따라...대 그림자가 점점 길어졌다 짧아지는 모습이… 마치 마당을 비로 쓰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하지만 대 그림자가 뜰을 아무리 쓸어도 마당에 비로 쓴 자국이 남습니까? 안 남지요? 최고의 수행자들인 선사들이 ‘대 그림자 뜰을 비 질한다’ 같은 시를 읊는 것은 바로 흔적 없는 삶을 지향하기 위함입니다. 보이는 세계에서 현실적인 일을 하는 것이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수도인은 보이는 세계에서 흔적 없는 삶을 지향합니다.


무위란 ‘밖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한 수도인의 기준’입니다. 다시 말해 밖으로 일을 할 때 흔적 없이 행하라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유위위무위’라, 함이 없음에 바탕하면 함 있음을 이루게 된다는 말입니다. 무위의 삶, 매사 흔적 없는 삶을 살아가는 수도인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2. 마음에 흔적을 남기지 마라


수도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두 번째 지혜는 무상(無相)입니다.


남을 도우면 꼭 남을 도왔다는 상이 남고, 어떤 일을 했으면 꼭 내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그래서 양나라의 무 임금도 많은 절과 탑을 세운 것을 자랑하다가 달마스님께 면박을 당했나 봅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금강산과 북한산, 지리산 계곡을 오르다가 절경인 바위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합니까? 잘 알지도 못하는 분들이 자연을 훼손했다는 불쾌감을 갖지요. 부모님께서 주신 이름이니 자랑스럽게 이름값을 해서 사람들의 입과 기억 속에 회자되어야 하는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나를 남기고 싶어합니다. 이것이 상(相)입니다.


바위에 새긴 이름은 잘 지워지지 않듯 상도 무척 떼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바위에 새긴 이름이 오래 가지만 마음속의 상은 물에 찍은 도장과 같아서 또 한순간에 없앨 수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무상(無相)이란 ‘안으로 수도인이 가져야 할 마음의 기준’입니다. 다시 말해 일을 함에 안으로 흔적 없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무상상고전’이라, 함이 없음에 바탕하면 함 있음을 이루게 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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