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번째 순례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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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번째 순례를 마치고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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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알콩달콩 생명이야기 / 이태은 , (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올 여름은 더욱 맹렬하다. 바람 한 점, 구름 한 조각 없는 찰나의 시간만큼도 숨이 턱 막힌다. 이제 4km 남짓. 마지막 언덕배기만 넘으면 여섯 개의 돔이 보인다. 반갑다고 해야 하나? 참 내. 서울에서 온 고3의 여학생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발걸음이 무겁다. 이미 지원차량에 탑승한 나는 차로 한 구간만 가라고 권해보지만 극구 사양이다. 혹여 일사병에 걸릴까 진행팀으로서는 걱정될 수밖에 없다.


말복 한더위에 만난 생명평화탈핵 38차 순례자들은 전국에서 고등학생부터 73세의 어르신까지 20명이 모여 숨 막히는 순례레이스를 펼쳤다. 순례단의 평균속도는 시속 6km정도다.


그 다음주에 진행된 39차 순례는 법인절 기도에 참여한 영산선학대학교 예비교무님들과 교직원들의 차례다. 50여명의 39차 순례단에게는 경산 종법사님의 깜짝 방문이라는 보너스까지 주어졌다.


작년 11월 26일에 시작한 생명과 탈핵의 길에서 3번의 계절을 만난 순례단은 이제 막바지 여름, 힘겨운 걸음을 보탠다.


서른아홉 번의 순례를 하면서 핵발전소 문제는 더 이상 다룰 것이 없을 정도로 터져 나왔다.


뇌물비리사건은 한수원 수뇌부와 전 지식경제부 박영준 차관, 최경중 장관에게로까지 가 닿았다. 우리사회 총체적 부패의 고리를 마치 핵발전소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려는 듯하다. 2년 전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는 수습되었는가?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더 무섭다.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도쿄전력은 방사능물질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갔다고 시인했다. 그동안 감춰왔던 진실이 더 이상 덮어지지 않나보다. 방사능오염과 건강문제, 오염된 땅과 물의 문제, 사고 당시 사고수습요원들의 건강문제 등이 계속 터져 나올 것이다.


미국의 핵전문가 아놀드 군더슨 박사는 최근 러시아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는 사상최악의 고농도인데, 일본이 자금문제를 이유로 대응을 지체한 탓에 이미 손쓰기에는 늦었고, 20~30년 동안 태평양 누출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후쿠시마 사고현장 오염처리에 드는 비용이 우리 돈으로 6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제 고등어, 생태뿐만 아니라 생선 먹기는 틀렸다. 음식을 통한 내부피폭은 더 무섭다. 때문에 나는 가임기 여성과 남성들에게 절대로 수산물을 먹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댄다. 올여름 핵발전소들의 각종 고장과 비리사건으로 23기 중 10기 ~ 5기가 가동을 멈추었다. 국민들의 피땀 어린 절전으로 블랙아웃이 아직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진즉에 전력에 대한 수요조절을 했어야 했다. 절전은 56%의 전력을 가장 싼 값에 공급받아온 기업에서부터 해야 한다. 54기 중 현재 2기의 핵발전소만 가동되는 일본은 9월이면 2기도 계획예방기간이어서 핵발전소 제로상태가 된다.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있는 일본도, 사고와 비리 투성이 한국도 탈핵이 가능하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법인절이다. 대종사님은 물질을 선용하라 하셨지 남용하라 하지 않으셨다. 매주 22km 걷는 순례 길에서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물질의 선용이 무엇이지 고민에 빠졌다. 분명한 것은 핵발전소는 ‘절대’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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