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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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문턱에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10.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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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울안 칼럼 / 김성규 , (분당교당)

가을이다. 한여름 땀 흘려 일한 노고(勞苦)의 결실이 풍성한 보람으로 다가오는 계절이다. 아무쪼록 모두가 정성을 다해 열심히 일한 만큼의 결과에 자족(自足)하고, 또 지내온 시간들이 보다 나은 내일에의 성숙한 삶에 밑거름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을을 맞는다. 설악산 단풍도 얼마 전 내려준 가을비로 밤낮의 일교차를 더 해주어 예상보다 며칠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단풍이 어느 때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라며 벌써부터 가을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 가을이 보람차고 풍성한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따스한 가을 햇볕처럼 특히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영험한 자연의 손길이 두루 미쳐 모두가 함께 힘과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은혜로운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10월이다. 이제 곧 현란한 색깔로 아름답게 물들 ‘작은 설악산(雪嶽山)’의 단풍을 상상을 해 본다. (창문만 열면 손에 닿을 듯 뺑 둘러 서 있는 우리 집 뒤 모락산(慕洛山)자락을 나는 ‘작은 설악산’이라고 이름표를 달아 부른다.) 그리고 대자연이 펼쳐놓을 신비한 조화(造化)를 생각해본다. 멀리서 바라보면 짙푸른 녹음(綠陰) 하나로만 보이는 산들도 가까이 다가가 보면 하나같이 서로 다른 모양새와 색깔들의 나무와 암벽들, 그리고 높고 낮은 계곡들로 그 모습을 달리 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하나로 어우러져 신비한 준산묘악(峻山妙岳)의 경관을 이룬다. 그림 같은 가을단풍도 저마다 짙고 얕은 천차반별의 나뭇잎 색깔들이 저마다 하나로 어우러져 일대장관을 이룬다.


인간의 세계도 그렇다. 사람마다 각자의 삶과 인생이 다 다르다. 그렇게 생각과 개성을 달리하면서도 곧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산다. 가을을 맞는 사람들의 생각만 해도 그럴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도 사람 따라 입고 있는 옷의 모양새만큼이나 그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다양한 모습의 나무들과 암벽과 계곡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이루듯, 우리 인간계(人間界)도 서로 다양한 눈과 귀와 입, 마음들이 있어 서로 그것들을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함께해 나가려는 ‘마음 씀’과 ‘수고’가 빛을 더하여 더욱 성숙한 삶의 묘미와 향기를 더 해가는 게 아닐까.


때로는 서로 생각과 뜻이 달라 힘든 일도 없지 않지만, 아마도 이 세상은 서로 다른 얼굴과 생각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어울려 하는 수고 그 자체에 더 한 인생의 묘미(妙味)가 있을 지도 모른다. 오는 가을은 보다 맑은 눈,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것을 보고도 모두가 서로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갖게 만든 것도 어쩌면 자연의 배려와 조화(造化)일지 모른다. 사람들이 매사에 누구나 한결같이 똑같은 생각과 동일한 느낌만을 갖는다면 이 세상은 참으로 얼마나 멋이 없고 단조로우며 삭막할 것인가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하면서 웃는다.


풍성한 가을이다. 자신의 조그만 잎새를 조금이라도 더욱 예쁘게 물들여 가을산을 아름답게 꾸며보려는 저 조그만 단풍 잎새들의 바람(願)처럼, 우리들도 서로의 모자람을 함께 채워주고 서로에게 힘과 역할이 되어 주려는 보살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가슴으로 새기며,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이 가을의 불단(佛壇) 앞에 두 손을 모을 수 있기를 조용히 염원해본다. 본래 석가(釋迦)는 어질고 착함, 용맹과 지혜를 뜻하며, 또 모니(牟尼)는 침묵. 적묵(寂默)의 뜻을 담고 있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되새겨보면서 이 가을만이라도 보다 진지하고 지혜롭게 자신을 다스려가는 조그만 공덕 하나라도 더 했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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