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 해를 갈무리하는 마지막 달인 12월을 맞이하고 있다. 기독교 교회력으로는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강림(降臨)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대림절(待臨節)의 시기이기도 하다. 대림절은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 마구간에 아기 예수로 강림하신 구세주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임과 동시에, 장차 그분이 영광 가운데 다시 오실 것(再臨)을 기다리는 기독교의 중요한 절기이다. 2013년 올 한 해가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이야기하기에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민중들의 삶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참혹하다. 하느님을 믿고 진리 안에 자유함을 누리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신앙의 본분을 지키면서 결코 낙담하지 말고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몸도 마음도 흔들리고 있다. 소위 믿음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내 탓이고 제 탓이라고 자복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지만 과연 하느님과 민족과 민중 그리고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물었을 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태초에 에덴동산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불순종하여 금하신 열매를 따먹는 죄를 범하고, 무화과 나뭇잎으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가리면서 두려움에 깊이 숨어 있던 아담에게 찾아오신 야훼 하느님은 “아담아, 네가 어디에 있느냐?”하고 부르셨다. “주여, 내가 여기에 있나이다”라고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자신의 지은 죄로 인하여 하느님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있어야 할 자리, 함께 해야 할 자리, 진리의 말씀대로 살아야 할 자리에 서 있지 못한 불순종의 삶이 가져온 결과였다. 2013년 한 해를 떠나보내면서 우리는 믿음의 사람으로서 각자 부르심에 대하여 ‘내가 여기에 있나이다’라고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지난 18대 대선은 총체적인 불법 부정선거였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경찰청 등 국가기관들이 조직적,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검찰 수사를 방해하며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염원과 실천을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어처구니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종단별로 관권부정선거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민중의 소리’에 기고한 ‘의로운 종교인 종북으로 모는 박근혜, 사퇴하라’는 글에서 강해윤 교무님은 “종교인들은 자신이 믿는 신앙적 신념에 따라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교리적 차이는 있을지라도 종교의 본질은 진리를 신앙하고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수행을 통해서 인격완성을 이루고 세상 만물이 제각각의 가치를 온전히 발휘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빛을 잃은 어려운 시대일수록 낙심하거나 믿음을 잃지 말고 신앙적 신념에 따라서 진리를 실천하고 행동하였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남은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대망의 2014년을 맞이하시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