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곳에서 피어난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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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에서 피어난 따뜻한 이야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1.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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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성천의 책읽어주는 교무 18

제34회 청룡영화제(2013년)에서 900만 관객의 영화들을 제치고, 불과 250만 관객 동원의 한 영화가 최우수작품상·각본상·여우조연상의 3관왕을 휩쓸었다. 바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이다. 이 영화는 조두순 사건으로 잘 알려진 아동 성폭력을 모티브로, 가족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이전 동일소재의 영화들이 많이 나왔었다. 이들은 주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실체를 밝혀감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분노와 증오, 복수 등을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소원』은 달랐다. 가장 아프고 고통스러운 소재 속에, 위로와 희망으로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가해자의 형벌과 그로 인한 사회적 인식들, 그리고 가족의 고통과 상처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손길이 ‘아파하는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진실과 용기를 줌으로써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따뜻한 세상’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간디자서전-나의 진리실험이야기』이다. 필자가 수많은 간디 자서전 중, 이 책에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는 세 가지를 들 수 있겠다.


하나는 역자가 ‘함석헌(咸錫憲, 1901-1989)’ 선생이다. 민족사학자로서 이 시대의 사상가이자 민권 운동가이었던 그가, 역사적 의식의 중심이 진리 속에 태동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진리의 참 대화’이다. 『간디자서전』은 끝없는 진리 실험의 연속 속에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진리의 진실과 순수한 소원을 담았다. 그러하기에 다른 자서전과는 달리 ‘나’라는 자신과 진리 안에 참(眞)생명의 이야기가 살아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관찰이 아닌 ‘성찰’로 이끈다. 『간디자서전』을 매번 곱씹어 읽을 때마다, 진리 앞에 다가오는 ‘겸허와 겸손’이 마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간디는 세상은 티끌을 그 발밑에 짓밟지만 진리를 찾는 사람은 티끌에게조차도 짓밟힐 수 있을 만큼 겸손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세상을 읽고 무언가를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는 관찰할 뿐 성찰하고 있지는 못하다. 왜냐하면 겸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간디의 ‘비폭력 운동’은 폭력운동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또 다른 투쟁이었기보다는, 진리 앞의 겸허와 세상 앞의 겸손에 대한 성찰적 온화의 생명운동이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간디는 ‘진리의 영(靈)을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보기 위해, 가장 보잘 것 없는 미물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악한 인연과 악과에 당하여 갚을 자리에 참음에 그 업이 쉬어져, 상극의 업을 만들지 않도록 당부하였다.(대종경, 인과품 9장) 삶에 매사 참고 견디어 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허공법계에 상극의 씨앗을 심기보다 겸허하고 겸손하게 ‘가장 아픈 곳에 피어난 가장 따뜻한 이야기’를 세상에 건네어, 더 큰 상처들로부터 사랑으로 보살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얼마 전 천주교 시국선언을 필두로 각 종교계에서 동참운동이 전개되었다. 한편에서는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반발 또한 적지 않다. 현재 우리 사회의 큰 병폐는 정의, 불의, 좌파, 우파, 진보, 보수 등의 양극화를 함부로 평가하고 가려내어 어느 한편을 택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자리의 선택이 중요하지 않다. 다만 어떠한 공분이 일어났을 때, 그 공분으로 하여금 이 세상에게 어떤 과보를 주고 있는가를 우리 스스로가 겸손히 성찰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더 나아가 따뜻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故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1918-2013)가 1995년 럭비 월드컵에서 남아공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흑백차별을 위해 많은 고민도 했지만, 백인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왜 노력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소원』의 마지막 장면에 이러한 말이 나온다. ‘가장 외로운 사람이 가장 친절하고, 가장 슬픈 사람이 가장 밝게 웃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우리로서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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