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 되기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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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 되기 위한 기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2.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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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콩달콩 생명이야기 / 맹주형 ,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기획실장)

지난해 겨울의 초입,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고등학교 다니는 큰 아이가 후다닥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러더니 한참 후에 나와서는 엄마한테 안마를 해주며 “제가 소원이 있는데요…”하며 애교를 부렸습니다. 평소와 다른 녀석의 모습에 ‘이 놈이 또 무언가를 부탁하려는 구나.’ 생각하는데 잠시 후 자기 방에서 꾀죄죄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순간 너무 놀라 저와 아내는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큰 아이가 새끼 고양이를 데려온 이유인즉, 집에 오는 길에 덩치 큰 길고양이들이 새끼 고양이를 위협하고 있었답니다. 마침 지나가던 부부가 있어 새끼 고양이를 데려가시면 안 되겠냐고 도움을 청했지만 그냥 지나가더랍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다른 길고양이들에게 위협받는 새끼 고양이를 결국 큰 아이는 교복 윗도리에 싸가지고 집에 데리고 들어온 겁니다. 다행히도 집에는 2년 넘게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있어 당장 새끼 고양이의 먹이와 화장실은 해결할 수 있었지만, 저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망설였습니다. 다시 집밖으로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돌보다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집에 입양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우리 집에서 키울 것인지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새끼 고양이를 욕실에 데리고 들어가 목욕시키더니 먹이를 주었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몹시도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사료를 먹더니 이내 마치 자기 집인 양 뛰어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엄마 품이 그리웠는지 제 품에 등을 대고는 쌕쌕 잠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희 집은 여섯 식구(네 사람과 고양이 두 마리)가 사는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데 아내가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들을 주차장 지하실에 몰아넣고는 밖에서 문을 잠가 고양이들이 모두 말라 죽었다는 기사를 보았다고 제게 말합니다. 강남의 그 아파트에서는 이 사건으로 길고양이에 대한 주민들의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길 고양이들 때문에 겪는 주민들의 불편함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많이들 불편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오로지 인간만이 살아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에는 ‘자연과 하나 되기 위한 기도’가 있습니다. “생명의 하느님, 다른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깨우쳐 주소서. 그들이 숲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기억하겠나이다. 그들이 도시에서 겪는 푸대접을 기억하겠나이다. 당신이 우리에게 보여 주신 보호자, 섭리자의 역할을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 주게 하소서. 우리가 들짐승을 잔인하게 대하지 않도록 금지하소서. 존경심에서 나오는 부드러움을 우리에게 주소서. 나보다 약한 피조물을 경애하도록 가르쳐 주소서. 모든 생명의 물줄기는 당신 생명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 생명이란 지금도 우리에게는 신비일 뿐, 우리가 짐승과 새와 친하도록 도와주소서.”


아직 추운 겨울날입니다. 우리의 기도 속에 다른 생명들의 고통과 존경과 돌봄을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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