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의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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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의 '클라우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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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즘청년 / 이연정 , (모스크바교당)

한 해의 끄트머리 12월 31일, 친척들과 함께 강화도 연등사에서 제야의 종 타종식을 보았다. 그리고 입선하게 된 겨울 대학선방에서의 선수련은 나에게 마치 그 은은하고 깊었던 종의 울림처럼 다가왔다.


자칫 선이란 준비되지 않은 초선자들에게 고루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가 될 수 있을 터인데 선수행을 지도해주신 박대성 교무님은 누구보다 더 우리들을 잘 이해해주시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쉬운 예들을 위트 있게 곁들여 선을 할 때의 단전쓰기, 몸쓰기 그리고 마음쓰기를 세심하게 다듬어 소개해주셨다. 선방의 입선인 모두가 마음을 모아 참여했기에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고 몰입도 쉽게 되었다. 교무님은 우리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질문으로 유도를 해주셨고 입선인들의 재치어린 답들은 경쾌함과 유쾌함으로 선수련 시간을 밝고 풍성하게 꾸며주었다.


아마 이번 겨울선방의 교우들에게 선수련의 백미를 꼽으라면 입선하기에 앞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모든 관절과 마디마디를 차례대로 풀어 늦추며 굳고 지친 몸을 이완시켜 평온하고 여유로운 상태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날 수 있었을 때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박 교무님의 설명을 듣고 보여주시는 시범을 따라하며 신체의 각각의 분절과 관절이 작용하는 법과 단전주 수행을 배워나가니 평소라면 자각하지 못했을 나의 몸 곳곳에 따스한 기운이 점차 통하고 흐르는 듯했다. 우리는 몸을 순서대로 충분히 풀어주고 마음껏 뛰며 흔들어대다 바닥에 그대로 누워 모든 힘을 완전히 빼고 편안히 내면의 정적을 느꼈다. 으레 있는 것이거니 하고 당연시하며 좀처럼 관심을 가져주지 못했던 내 몸이 하는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온통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곳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자유, 하나의 얽매임에서 탈피해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기분, 슬며시 눈을 감고 그 순간의 잔잔한 자유를 만끽했다. 그 평온한 느낌을 온 몸으로 완연히 받아 안으며 시간을 잃고 누워 있었다.


나는 선방에서 나도 모르게 굳어진 고정관념과 집착들, 망념들을 담담히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마음을 한 번 추스르고 나니 좌선을 할 때 정신이 맑았고, 선을 통해 평정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선수련을 통해 보다 밝고, 행복하고 긍정적인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활불의 장에서도 이따금 흔들리는 몸과 마음을 굳게 붙들 수 있을 힘과 여유가 생겼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후에도 나는 선방에서의 초심을 놓아버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아침에 일어나서 십분 동안이라도 잠시 마음을 모아 좌선을 한다. 그렇게 가다듬어진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무엇을 하든 집중할 수 있고, 마음속의 괜한 질투심, 시기심에 초조해하는 모습 대신 타인과의 인연이나 가지고 있는 사소한 것에 진정으로 감사할 수 있게 되어 넉넉하고 평온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일상의 쳇바퀴를 돌다가도 만덕산 훈련원에서의 가르침을 세삼 상기시켜주는 박 교무님의 말씀이 용기가 된다. 초선자들을 격려하며 선을 하는 도중 혹여 졸거나 잡념 때문에 선을 하고자 했던 만큼 하지 못하여도 과즙이 50프로 들어있는 오렌지 주스도 엄연한 오렌지 주스인 것처럼 처음부터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 하셨던 교무님. 앞으로 선이나 그 무엇을 하든 교무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아나가기로 했다.


원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내 자신의 “클라우드” 같은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품은 채, 어엿한 어른이 되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대학선방은 나라는 존재의 온전함과 존귀함을 알아챌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전해주어 올 한해도 귀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보낼 수 있게 해주었다. 마치 은은하고 힘찬 제야의 종소리가 힘찬 새해 새 출발을 반겨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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