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법회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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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법회 보내줘!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5.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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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즘 청년 / 허성근 , (연세대원불교교우회)

군대에 가는 모든 이들이 처음 겪는 곳은 훈련소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대한민국의 가장 많은 장병들이 훈련을 받는 ‘논산훈련소’였다. 현재 모든 의무경찰은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는다.


내가 의무경찰을 택한 이유 중에는 ‘논산훈련소’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있었다. 왜냐하면 논산훈련소에는 일원상이 봉안되어 있고, 원불교 법회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종을 승인받았지만, 아직까지 모든 부대에서 원불교 법회를 접하기는 어렵다. 논산훈련소를 경험하는 것은 교도로서 축복이자 기회였다.


훈련소 입소식을 마치고 잠시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지. 교전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졌다. 교전을 들고 간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자투리 시간에 읽기도 편하고, 경계가 올 때마다 교전은 좋은 가르침을 주었다.


한편, 입대하면 한자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교전에 있는 모르는 한자를 전부 쪽지에 옮겨 적었다. 지금 그 쪽지는 자대 서랍 깊은 곳에서 쉬고 있지만, 훈련소에서 열심히 교전의 한자 공부를 했다. 교전을 읽으면서 법회를 기다렸다.


입소를 목요일에 하였으니, 다가오는 일요일에 종교행사가 있었다. 토요일 밤에 조교가 종교행사 조사를 하였다. 원불교는 오전, 오후 중에 오전 행사만 있었다. 나는 손을 들었고, 소대에서 유일했다.


아니, 중대 전체에서 유일했다. 중대의 훈련병은 217명 정도. 조교가 잠시 나갔다 오더니, 모든 소대원들 앞에서 나를 부르며 말하는 것이었다.


종교행사는 편하게 놀러 가는 것이니 다른 곳에 가면 안 되겠냐고, 나 혼자 때문에 조교가 한 명 따라 붙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난감함을 표했고, 원불교 교도니까 꼭 가고 싶다고 했다. 점호를 마치고 조교와 따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조교와 만나기 전까지 마음은 요란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곳은 군대고, 나는 훈련병이고, 상대방은 조교이다. 이제 입소한 지 삼일째다. 하지만 종교행사는 훈련병의 정당한 권리고, 원불교 법회를 보러 논산에 왔는데 양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조교에 대한 예의도 있고, 초반부터 골치 아픈 훈련병으로 찍히기는 싫었다. 나는 정중하게 조교에게 의사표현을 했다. 여러 모로 수고하시느라 고맙지만, 휴일에 종교행사 인솔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저는 원불교 대학생 대표자를 했었고 나름 독실한 교도입니다.


만일, 행정상의 문제가 있더라도,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하셔야지 수많은 소대원들 앞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불교는 소수종교이기 때문에 편하게 놀러오는 대원들도 교화의 대상입니다. 수가 적더라도 법회에 가고자 하는 장병들의 의사는 중요합니다.


하물며 제가 아는 원불교 장병들도 이런 식으로 법회에 못 갔던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원불교 대학생 대표자를 지냈던 저는 불편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말씀드리는 것이 저의 의무와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조리 있게 말하진 않았다. 말하던 중에 감정이 복받쳐서 그만 조교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입대하고 처음으로 흘린 눈물이었다. 오, 이런. 조교분이 얼마나 난감해할까.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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