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맑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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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맑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구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9.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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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즘청년 / 박연하(새나래학교 교사)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 새나래학교는 숲과 나무가 어우러진 자연 속에 살뜰히 들어앉아 있어서
체감하는 온도는 다른 곳보다 낮지만, 그래도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더위는 피해갈 수 없는 모양이다. 며칠을 찜통더위에 시달리다 간밤에 내린 시원한 빗줄기에 땅이 조금은 식어진 상태다. 아침부터 새나래학교는 부산스러웠다.


더위를 피해 학생들과 교사가 체험학습을 하러 갔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학
교는 적막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비 내린 뒤 전기줄에 모여 앉은 참새마냥 조잘조잘 떠들어대던 학생들이 없으니 간만의 여유를 느끼면서도 허전함이 밀려온다.
새나래학교 학생들은 교무실을 아주 편안하게 여기고 있어서 수업이 없는 빈 시간 대부분을 교무
실에서 보내곤 한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교무실에서 하는 일은 ‘휴대폰 만지기’이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해 실시간 대화를 한다.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옆 친구와도 페이스북으로 대화를 나눌 정도이다.
실시간으로 자기의 사생활을 친구들이 볼 수 있도록 올려놓고 댓글이 달리기를 기다린다. SNS로
‘친구맺기’와 ‘친구끊기’를 무한 반복한다. 넓지만 깊이 없는 인간관계! 이렇게 이어진 친구관계는
오래가기가 어렵다. 조그마한 일로 마음이 틀어지면 금방 ‘친구끊기’를 누르고 애초부터 모르는 사
람처럼 지내는 것을 종종 봐 왔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이익을 주거나 도움이 될 때 ‘친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단칼에 관계를 끊어낸다. 어제까지는 ‘죽고 못 살 친구’였다가, 오늘 아침에는 ‘꼴도 보기 싫은 1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위험하다. 또한 이러한 관계는 공허하다. 우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는 소중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보면 내가 무
엇이든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서고,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웃음이 나온다. 그 역시 나를 대할 때면 그 마음이 훤히 다 읽힐 만큼 정성스럽고 알뜰하게 챙겨주곤 한다. 물론 우정이라는 것은 시간의 길고 짧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이익을 바라는 마음 없이 영혼을 맑게 정화시켜 ‘순수함’만이 남아 있을 때, 바로 그때 총총 다가오는 것이다.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해진다. 맑게 닦인 거울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나와 똑 닮은 내가 서 있다. 친구란 그런 것이다. 마음이 풍요롭고 영혼이 맑게 가꾸어진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내 자신부터 돌아볼 일이다. 내 마음을 가꾸고, 내 영혼을 가꾸고 나면 어느새 주변에는 진정한 우정을 나눌 만한 훌륭한 친구가 서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친구들이 둘 혹은 셋 정도 있으면 좋겠다. 내 밑바닥을 훤히 다 드러내도 내 본모습 그대로를 받아주는 그런 소중한 우정맺음을 했으면 좋겠다.
이제 곧 새나래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긴 방학 동안 우리 아이들이 그간에 학교에서 쌓아왔던 우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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