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덕산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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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덕산의 치유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9.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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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문우답 / 김선구 교무(평창교당)

간간히 뿌리던 비가 그치고 날씨가 화창하여 언젠가 올라보리라 다짐했던 백덕산으로 출발했다. 원시림과 함께 펼쳐지는 숲이 그야말로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숲의 향기를 맡으며 산딸기와 야생화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니 극락이 따로 없었다.
산은 적당히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 내리막을 지나면 평평한 오솔길들이 이어져서 힘도 들지 않고 재미있는 산행이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별 어려움 없이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평창과 영월을 눈 아래 바라보며 기도를 하고, 한가로운 마음으로 노래도 부르니 마음의 안정과 함께 모든 시비 이해로부터 치유(Healing)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편안한 마음에 물을 마시고 하늘을 보니 맑은 구름과 먹구름이 함께 떠다니며 저쪽에서는 천둥 번개가 쳤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하산을 서둘렀다. 조금 지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랑비 다음에는 이슬비 그리고는 비가 요란하게 쏟아졌다. 아직 4㎞가 남아 있는데 이 산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없는 것 같아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다.
평평하던 땅이 비를 맞으니 내리막에서 자꾸만 미끄럼을 타게 만든다. ‘미끄러져 다치면 하산하기 힘이 드니 조심하자.’ 일심으로 단전에 힘을 모으고 내려가자는 주문을 걸고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영주(靈呪)’를 열심히 외우고 있었다.
한 가지에 집중하니 사심잡념이 없이 오롯한 일심이 되었다.


머리가 시원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이것이 본성자리에 합일된 상태가 아닐까? 비가 싫은 것도 귀찮은 것도 비에 젖은 것이 추적추적함도 없이 그냥 그대로였다. 어떻게 내려왔는지 모르게 출발점에 도착을 했다.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비에 젖은 나무와 땅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갑자기 천둥번개와 비가 내려 처음에는 마음이 요란해졌지만 본성자리에 합하여 내가 왔던 출발지점을 향해서 일심으로 내려오다 보니 요란했던 마음도 두려웠던 마음도 산과 함께 본래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언제 그런 마음을 가졌었나? 참으로 신기했다. 모든 것은 본래자리에서 어떤 연을 만나 현상으로 나타나 갖은 조화를 부리다가 다시 본래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진리인 것처럼 오늘 내가 자연과 함께했던 시간, 비가 오고 어려웠던 상황이 일심을 챙기니 다시 본성자리와 합일되어 편안해졌던 것이다. 자연, 진리는 참으로 위대하다.
변화무쌍하면서도 본래 그 자리로 돌아가는 이치. 나의 마음도 조물주인 내가 변화무쌍하게 조화를 부리는 내 마음을 부려 쓰기도 하고 그것을 본래자리로 들어가게도 할 수 있는 힘을 갖추었을 때만이 느낄 수 있는 자유인 것이다.
백덕산이 나에게 한 가지 교훈을 주며 윙크한다. ‘수고했다’고. 나는‘감사하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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