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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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을 다녀와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0.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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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태산 아카데미 가을 야유회 / 김화연 교무(은덕문화원)



지난 11일(토), 소태산 아카데미 교리공부 회원들과 함께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을 다녀왔다. 정인숙 관장님과 친분이 있는 종타원 이선종 원장님의 안내로 예약이 밀려서 들어가기 어렵다는 가구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궁채라 불리는 한옥 지하에는 500여 점의 가구가 쓰임새별, 소재별, 공간별로 전시되어 있다. 먹감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등 여러 소재로 만들어진 장과 농, 지역마다 고유의 특징을 자랑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반, 관에 나갈 때 입는 의복을 넣어두던 관복장, 휴대하기 간편한 오동나무 서책함 등 생전 처음 보는 옛 가구들을 보면서 눈이 절로 휘둥그레해졌다. 선조들의 장인정신, 예술미, 삶의 지혜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조선 27대 왕 순종의 계후 순정효황후 사가를 옮겨지었다는 사대부집 사랑채에 앉으면 창밖의 마당과 어깨높이 돌담 너머로 남산과 서울 성곽이 현대적 시가지와 어우러져 자연을 들여놓은 듯한 정감어린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공간 안에 한 점 한 점 놓여 있는 가구에 이르기까지 미학, 철학, 선비정신이 어우러진 절제된 공간미에 곳곳에서 감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들 먹고 살기 바빴던 1960년대, 서양가구들이 하나 둘 안방을 점령하던 그 시절에 정인숙 관장님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2500여 점에 달하는 옛가구를 수집했다고 한다. 그리고 15년에 걸쳐 이 가구들을 전시할 한옥을 지었다. 남들보다 일찍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에 눈을 떠서 한결같은 애정과 노력으로 아낌없이 사재를 털어 지금의 가구박물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한 열정과 정성이 없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여기서 우리의 잃어버린 옛전통을 온전히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창덕궁 옆, 북촌에 위치한 은덕문화원 역시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수많은 내외국인이 다녀가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문화원에 있다 보면 종종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외국인들보다도 한국인 스스로가 우리 문화의 가치를 너무 모른다고나 할까? 우리 원불교인들 중에서도 옛 것을 가꾸어 새롭게 발전시키고, 또 다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기증하고 나누는 분들이 좀 더 많다면 문화원도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면모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우리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면서 원불교 고유의 일원문화를 꽃피우자는 것은 콘텐츠 문화가 핵심이 되는 21세기, 국제화시대에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리고 그 과제는 어느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출재가 교도들 모두가 진정어린 관심을 가지고 일상의 삶 속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새롭게 구현해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는 늘 새로운 문화 창달의 원동력이자 예술혼을 꽃피우는 원천이었다. 원불교가 한국에서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정체되었다는 교화의 물꼬도 좀 더 쉽게 터지지 않을까 600년 도읍지, 서울 곳곳에는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유적지가 많이 있다. 전통문화를 아끼고 계승하며 전할 책임은 바로 우리 각자에게 달려 있다. 이날 함께했던 아카데미 회원들은 많은 것을 깨닫고 느꼈다며 소득과 감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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