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자극하는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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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자극하는 보살’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0.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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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한울안이 만난 사람 / 홍익학당 윤홍식 대표 - 2

윤홍식 대표 : 소태산 대종사께서 백학명 선사(禪師)와 토론을 하면서 “앞으로 그런 방식으로 견성 인가를 못한다(대종경 성리품 18장)”고 하신 말씀이 내 생각과 같다. ‘참나’만 아는 것으로 도인행세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참나’로 살아 봐야, ‘참나’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고, 왜 이 자리를 우주법계(宇宙法界)라고 하는지 이해하려면 실제로 인과 속에서 내 삶을 경영해보고 자리이타(自利利他)로 나도 좋고 남도 좋고 나라도 잘 되고 인류도 잘 되는 것을 확인해야 이것이 진짜 진리구나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자리가 성불(成佛)이며 보살의 경지다. 견성만 가지고, ‘참나’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공부하는 맛을 알려주는 것이 도인아닌가? 요즘 도인들은 견성주로 이야기 하는데 나와 남이 구분 없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 견성은 나만 좋은 것이다. 이타(利他)행을 해야 한다. 참나의 빛으로 우주를 돌리는 것이다. 그것이 보살도가 아닌가 싶다.



박대성 편집장 : 윤대표께서 경계를 만났을 때, ‘몰라’, ‘괜찮아’라고 할 것을 강조하는데 계속 해보니 그 전과 느낌이 달라졌다. 이를 다시 한 번 설명해 달라.



윤 : ‘몰라’가 최상승 선법(最上乘禪法)이다. 공부하다가 안 되니까 상근기가 하는 선이 최상승선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하는 법을 말하는 것이다. 참나와 에고(ego)의 관계만 정확하게 알면 최상승선이다. 깊은 삼매 없이도 참나는 그냥 선정 덩어리이다. 거기는 텅 비고 고요한 자리이다. 태초 이래로 텅 빈 자리니까 바로 만나는 것이 최상승 선법이다.


생각, 감정, 오감에 빠지지 않고 그 근원에 바로 돌아가는 반조(返照) 선이다. 견성하는 것이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쉽다고 한 것처럼 석존의 초기 경전에 반나절만에 아라한 되는 사례가 나온다.


내려놓은 순간에 열반을 체험하고 아라한이 된다. 이미 부처님 당시에도 쓰인 선이다. ‘생각을 일으키는 그놈이 누구냐’ 하고 바로 만나는 것이다. 한 생각이라도 일어나면 이원성에 빠지니까 생각을 내려놓으면 절대성을 바로 만날 수 있다. 일어나는 생각과 싸울 게 아니라 생각의 근원처를 바로 보는 것이다. 그것을 회광반조(回光返照)라고도 한다.


‘몰라’했을 때 잠깐 생각이 멈춘다. 그때 참나를 바로 만나는 것이다. 그런데 에고가 소화를 못 한다.‘ 설마 이게 진짜 참나일까?’하고 판단을 하게 된다.


화두선을 창시한 대혜종고의 ‘서장’을 보면 사대부들에게 선을 지도하면서 화두를 내려놓고 어린애나 바보가 되면 딱 들어맞을 때가 온다고 했다. 이때 제일 힘을 얻었다고 했다. 판단중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원성을 초월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법인데 진짜 그럴까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처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숭산 스님도 아이비리그 젊은이들을 지도하면서 ‘몰라’할 것을 강조했고, 보조스님도 ‘수심결’을 통해 다만 모르는 줄만 알면 바로 견성(但知不會是卽見性 불조요경 수심결 14장)이라고 하셨다.


‘벽암록’에도 달마가 양무제가 물었을 때 ‘몰라(不識)’라고 했다. 더 들어가면 ‘석존이 침묵했다’도 ‘몰라’로 볼 수 있다. 계속 하다보면 에고가 이것을 소화할 때가 온다.


어려운 화두랑 싸우지 말고 이 방법과 단전호흡으로 도덕경에 나온 ‘허기심 실기복(虛其心實其腹: 마음을 비우고 배를 충실히 하라)’, ‘수승화강(水升火降: 물기운은 오르고 불기운은 내린다.)’의 상태를 만들면 잘된 것이다. 정신 문명 국가가 되려면 정신 문명을 알고 쓰고 즐겨야 한다. 깊은 도를 가지고 있지만 쉬운 방법을 쓸 줄 알아야 한다.



박 : 윤 대표의 강의는 원불교 이념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듣는 입장에서 큰 위안이 된다. 원불교를 접하신 인연이 있으신지



윤 : 경전(원불교 전서)을 구해보고 가장 자명(自明)하게 잘된 가르침이라는 감명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도가 밝혀졌구나’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 문화를 잘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선 말 도인들의 법이라 참 좋았다.


특히 외래의 종교가 아닌 우리 민족의 삶을 살면서 그런 진리를 전파하셨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까 하면서 일화 등을 많이 참고했다. 실제로 아직 교당을 가보지는 못했고 영산성지를 찾은 적은 있었다.



박 : 앞으로의 계획은?



윤 : ‘흥여회’라는 모임을 하고 있다. 함께 홍익인간 하자는 모임인데 홍익보살을 하자는 것이다. 중생을 ‘보살’피자고 해석을 한다. 다른 나라가 아닌 이 나라에서 이 언어를 쓰고 있으니 나와 남을 이롭게 하고 매 순간 자신의 양심을 체현하고 실천하고 싶다. 종교를 불문하고 이러한 뜻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세상과 인류를 건전하게 자극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가는 보살이 되고 싶다. (끝)



* 동서양의 철학과 영성을 조화시킨 강의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홍익학당 윤홍식 대표를 찾아 마음공부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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