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끼”
상태바
“따뜻한 밥 한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0.30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 감각감상 / 원불교 인권위원회 심경화 교도(돈암교당)

2014년 4월16일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단을 태운 배가 진도 앞바다에서 뒤집혔다. 그로부터 6개월여가 지나고 있다. 사고 소식에 안타까워하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던 우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 또한 18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광화문 단식장 지킴이를 하고 있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광화문광장에서 노숙을 하며 팔다리가 앙상해지도록 딸아이와 친


구들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알고 싶다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40일째 되는 날 시민 단체들은 동조단식을 기획하고 광화문광장에 모이기로 했다. 그렇게 견디어내던 유민아빠는 그날 아침 마침내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그날부터 광화문광장에 본격적인 종교인 단식장이 설치되었다.


우리들은 종교의 울을 넘어 서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유민아빠의 뒤를 이어 장기 단식에 들어가신 목사님 두 분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원불교에서도 출·재가를 막론하고 하루 또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 이상 동조단식에 들어갔으며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을 통해 단식장 지킴이의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청운동에서 유가족들의 노숙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스티로폼 깔개를 방바닥 삼아 지내고 있는 가족들을 보고 우리 원불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 끝에 따뜻한 밥 한끼 공양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침을 준비해 지쳐 있는 유가족과 함께 밥 한끼를 나누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목요일과 토요일에 아침 공양을 하게 되었다.


새벽녘에 겨우 잠들었다가도 ‘원불교에서 해오는 밥이 제일 맛있다’며 우리가 오는 소리에 반갑게 맞아주는 유가족들. 때로는 개인이 때로는 교당에서 당번이 되어 공양을 하게된 지두 달여가 되어가고 있지만 공양을 이어가는 일은 단식장 지킴이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단식장 지킴이는 출·재가 상관없이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현장을 지키고 마침기도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종교인의 단식인 만큼 교무님들이 정복을 입고 자리를 지켜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공양당번 역시 일주일에 두 번씩 돌아가며 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아니라 생각이다.


혹자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30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이유도 모른 체 차디찬 바닷물 속에 수장되었고 아직도 10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아들 하나를 고이 키우던 아이 엄마는 아침이 되면 교복 입고 학교 가는 아이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며, 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되었을때, 우리 아이는 아직 그대로 18살이라고 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어미를 위해 무엇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되고 있지 않은 이 현실 속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이 그리운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나누는 일이 아닐까?



(동참 문의 : 070-7011-666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