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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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 하나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1.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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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문우답 / 조덕훈 교무(수원교당)

라오스 연수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스카프 가게를 갔다. 엄청나게 많은 천들을 전시해두고 판매하고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테이블보를 사볼까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흥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내 예상비용보다 훨씬 비쌌기에 사려는 마음이 작아진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나가기 민망하기도 하고 같이 간 일행들이 옆에서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해서 적당한 비용으로 하나를 골랐다. 120불이었다.



더 깎아달라고 했고, 점원은 집에 전화해서 어머니에게 물어보겠다고 하며 전화를 했다.(어머니가 직접 만든 용품이어서 어머니에게 값을 되묻는 것이었음) 결국 어머니의 허락으로 값을 더 깎았고 내가 부른 가격인 90불에 물건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내심 이 사람들이 비싸게 파는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점원이 나를 한쪽으로 데려가 ‘베틀’을 직접 나에게 보여줬다. 한 올 한 올 손으로 가장 왼편부터 가장 오른편까지 색실들을 손보고 나서 위에서 아래로 뭔가를 ‘탁’치면 겨우 한 줄이 완성되는 방식이었다.



엄청난 시간이 필요함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내가 산 물건은 그 점원의 어머니가 3개월간 일해서 만든 것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내가 산 그 가격이 너무 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비싸지 않음은 물론이며 오히려 싼 값에 물건을 파는 양심 있는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원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돌아오는 날 공항 면세점에서 같은 물건을 파는 것을 보았다. 가격은 219불이었다.



무언가를 정확히 알고 이해하지 않으면서 섣불리 이런저런 판단을 한다는 것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원은 얼마나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을까?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 점원이 영어로 침착하게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사실보다는 그 점원이 물건을 나에게 팔기위한 상술일거라고 예측해 받아들였다. 대화를 하는 태도, 물건을 대하는 태도, 무엇으로 봐도 내가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때때로 그 일을 생각해볼수록, 적정한 가격에 물건을 사고팔면서 자리이타의 도를 잘 운용할 수 있었던 당시 상황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더불어 일단 의심부터 하는 나의 못된 심보를 돌려서 상대방이 하는 말들을 온전히 믿어보기로 마음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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