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출신의 바른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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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출신의 바른 자세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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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울안칼럼 / 양은철 교무(미주서부훈련원)

원불교 홈페이지 인터넷 게시판에 전무출신이 일반인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건의 진위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지만, 글쓴이는 ‘일반인이 감히 전무출신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전무출신은 ‘출가교도로서 교규의 정한 바에 따라 본교에 공헌한 이’(원불교교헌), ‘출가교도로서 정신과 육신을 오로지 본교에 공헌한 자’(전무출신규정)를 이른다.


필자는 세속적 기준으로 볼 때 내세울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대단한 학벌을 가진 것도 아니고, 재산을 보더라도 통장에 있는 100만 원 남짓한 현금과 약간의 옷가지, 책 몇 권이 전부지만 전무출신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자긍심은 진리와의 관계에서만 내세울 뿐이지, 내색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다.


원불교 성직자가 전무출신으로서의 자부심을 갖는 것은 칭찬할 일이지 절대 나무랄 일은 아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가슴에 머물러야지, 외부에 드러내서 거기에 합당한 대우와 대접을 강요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글쓴이가 일반인이라 표현한 그분도, 어떤 직업을 가지신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나 가까운 이웃에게는 전무출신 이상으로 소중한 사람이다.


영산선학대학교 재학시절, 영광 핵발전소 설치 반대 운동이 한창이었다. 여러 가지 반대 이유 중, ‘영광은 성지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핵 자체의 폐해가 반대 이유가 되어야지, ‘성지이기 때문에’는 영광에 핵발전소 설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영광이 성지이듯이, 다른 곳들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성지’인 것이다.


전무출신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전무출신이 다른 직업들보다 ‘고귀’하다는, 그래서 전무출신들은 폭행에 대해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객관적, 법리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시비의 분명한 취사가 있어야 진정한 덕인이라 하신 만큼 시비는 물론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지만, 폭행 자체의 부당성에 초점을 맞추어야지, ‘감히 전무출신에게’(?)와 같은 태도는 옳지 못하다. 집단이기주의 혹은 아상(我相)에 다름 아니라는 오해를 면하기 어렵다.


무슨 일이든지 잘못된 일이 있고 보면 남을 원망하지 말고 자신을 살피라고 하셨다.(솔성요론 9) ‘감히’운운하며 흥분하기 보다는, 오히려 ‘전무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당했다면그 이유를 먼저 살피는 것이 전무출신으로서의 바른 자세가 아닐까?


교무로 부임한 후 아버지에게 받은 첫 편지의 일부이다. “교무도 직무의 특성상 대접받을 기회가 많을 것이다. 행여 그것이 습관화 될까 염려된다.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은 곧 일체중생을 받들어 모신다는 뜻이지, 일체중생으로부터 대접받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 않느냐?”


이제 교무생활 10년밖에 안 지났지만, 어느새 대접받고 대우받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다. ‘ 감히 전무출신에게!’ 이런 생각도 때때로 했던 것 같다. 출가 본의를 다시 한 번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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