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사회범죄社會犯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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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사회범죄社會犯罪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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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호암의 물음에 도산이 답하다 / 윤광일 교도 (중곡교당, 한양대 명예교수)

20. 우리나라는 두 집 건너 교회(敎會)가 있고, 신자(信者)도 많은데 사회범죄(社會犯罪)와 시련(試鍊)이 왜 그리 많은가?



천주교의 의견을 대변하는 차동엽 신부의 견해는 “통계청 조사를 보면 종교인의 범죄 비율보다 비종교인의 범죄 비율이 더 높다. 그나마 종교인이 범죄 수치를 낮춘 거다. 그럼에도 이 질문이 시사한 바를 깊이 수용할 필요가 있다. 종교인이 더 사회정화 기능을 하지 못하고, 더 성숙하게 살지 못하고, 좀 이기주의적인 신앙생활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형식만 그리스도인이지, 내용은 안 바뀐 경우도 많았다. 빛과 소금 역할,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불교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허정스님의 견해도 “기독교인들은 신을 믿는다. 만약 그들이 진실로 신의 전지전능함을 믿는다면, 범죄를 저지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불교인의 입장에서는 진실로 인과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범죄를 저지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점에서 종교를 믿으면 범죄가 적어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진정으로 종교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서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는 두 분의 의견에 원불교도 전적으로 찬동한다. 그러나 원불교도의 입장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인지가 발전하고 종교인구가 늘면 아무래도 범죄는 감소한다. 그런데 왜 범죄가 는다고 생각하게 될까? 그것은 범죄를 결정하는 척도가 그만큼 엄격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의 많은 범죄들은 과거에는 관례라는 이유로 범죄시 하지 않던 것들이다. 그러나 사회가 청렴해지면서 관례가 범죄로 변화되는 예를 많이 본다. 다른 예이기는 하지만 전기의 품질은 50년에 비해서 지금 많이 좋아졌다. 50년 전만하여도 전기는 수시로 정전되었지만 전기가 없던 시절을 생각하는 국민의 인내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은 전기의 전압뿐 아니라 주파수까지 정확하기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고객요구가 높아졌다. 그래서 아주 품질이 나빴던 과거보다 지금이 더 한전에 대한 불만이 많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이익이 나지 않았는데도 이익을 조작하여 분식회계를 하여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범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분식회계가 만연되었지만 지금은 사기죄가 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교수들의 자기 논문 복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범죄 행위로 간주된다. 그리고 자유당 시절만 해도 시골에서는 고무신을 얻어 신고 막걸리를 얻어먹고 투표했었던 것은 죄로도 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선거법위반으로 범죄행위로 간주된다.


이러한 사례는 장관의 임명동의를 구하는 청문회에서 다반사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장관이 되려면 최소한 위장 전입 한번은 해야 된다는 우수개 소리가 나온다. 20-30년 전만하여도 부동산 거래 시 다운 계약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녀 취학을 위해서 위장 전입은 큰 죄의식이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서 범하는 위법은 용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가끔 “종교를 가졌다는 사람이 그 모양이냐?”고 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 말 속에는 종교인은 아무래도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가 있다. 그리고 실제적으로도 종교인이 범죄에서 보다 자유로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가 일반인의 범죄를 줄이는데 기여했지만 일반인의 도덕성 기준을 훨씬 높였기 때문에 범죄가 많은 것으로 간주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해도 이웃집의 수박이나 참외를 몰래 따먹는 서리가 다반사였다. 때로는 과감하게 닭도 서리했는데 어른들이 아시면 “허허 그놈들”하시면서 웃어 넘기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당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거의가 동성 받이의 일가 친척이셨던 측면도 강하다.


갈수록 범죄가 늘어나고 사회가 어수선하게 보이지만 자유당 시절보다는 3공화국 시절이 나았고 3공화국 시절보다는 4공화국이, 4공화국보다는 5공화국이 훨씬 나아졌다. 이것은 전적으로 종교의 역할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종교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였음을 부정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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