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올라간 그 굴뚝은 세계를 비추는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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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올라간 그 굴뚝은 세계를 비추는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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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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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태은(원불교환경연대·서울교당)



화학섬유회사‘스타케미칼’의 차광호씨가 구미공장 굴뚝에 올라간지 218일째,‘ 씨앤앰’하청업체노동자강성덕, 임정균 씨가 서울프레스센터 앞 전광판에올라간지49일째,‘ 쌍용자동차’해고자 이창근, 김정욱 씨가 평택공장 70m높이 굴뚝에 올라간지 18일째 되는 날입니다. (12월 29일 현재) 땅 위에서 억울하게 일터를 잃은 이웃들이 더 이상 도망갈 곳 없는 하늘로 자꾸만 올라갑니다. 가장 어려운 사람들 곁이종교가 머물러 줘야 할 자리 아닐까요? 100년 전, 소태산 대종사께서 그러하신 것처럼 한울안신문도 이 시대 가장 힘겨운 아침을 맞는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원불교 100년의 희망은 사람입니다.
- 편집자주



세계적 석학 슬라보예 지젝은 한국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본사 굴뚝에 올라간 두 사내에게 보낸 편지에서‘굴뚝이 등대’라며‘오롯한 연대’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2014년 12월 13일, 2009년 회사측의 3,000명의 정규직·비정규직 해고 이후 공장에서 감옥에서 거리에서‘부당한 정리해고’의 무효와‘일터로 돌아가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고 호소하던 김정욱(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사무국장), 이창근(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기획실장) 두 사내는 새벽 여명을 틈타 쌍용자동차 본사 굴뚝에 올랐습니다.


눈물 많고, 시인의 감성을 가진 이창근 기획실장은 굴뚝남이 되어 처음 통화한 지인에게 그만 눈물을 터뜨렸답니다. 결의에 찬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올라오고 보니‘더 서러웠던’이 두 남자는 올해 매서운 추위 앞에 노동할 권리를 위해 이 땅의 일하는 서러운 사람들을 대신해 칼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2년간의 재판을 통해 부당한 정리해고였다는 2월 서울고법의 판결을 뒤집고 지난 11월 13일 사건을 파기 환송 시켰습니다. 대법원판결은 사실 관계를 따지는 게 아니라 하급심의 법률 적용이 온당한지 판단하는 법률심에서 구체적 설명 없이 서울고법이 밝혀낸‘사실’을 부정한 것입니다. 이날 이창근 실장의 9살 아들 일기장에는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나도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한달 후 평택쌍용차 본사 굴뚝에 올라 김정욱, 이창근 두 사내는 그리던 공장 안에서 아침 해를 맞이했습니다.


“아침은 따뜻한 누룽집니다. 날씨 쌀쌀하고 바람까지 쌀쌀맞지만 속은 살살 풀리는군요. 누룽지를 햇살에 찍고 바람에 헹궈 목으로 넘겨봅니다. 차가운 날씨가 오후면 뚝 부러진다 하니 기대해봅니다. 식사, 하셨어요?”(이창근 실장 페이스북)


물질의 기세가 승해질수록 물질로부터 위협받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살길은 더 강팍해집니다. 회사는 흑자를보았는데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해고 또는 비정규직으로 반토막난 생활을 꾸
려가야 합니다. 서로를 외면하지 않으면 내 밥벌이가 위협받는 몰염치한 세상이 되어갑니다.


예수탄생을 기뻐하고, 한해살이를 서로 부축하고 다가올 한 해의 희망을 노래해야 할 세밑. 방한복 10벌을 들고 도반들과 평택 쌍용차 굴뚝을 찾았습니다. 이유를 다 접고서라도 하늘 위에서 한뎃잠을 자야 하는 사람들 생각에 편치 않았던 게지요.


방한복을 전달하는 사이 저녁밥이 힘겹게 굴뚝으로 올라갑니다. 하루 한 끼만 허락되던 것이 하루 전 2끼로 조정 되었다는군요. 도르레의 원리를 기대했는데 두레박 올리듯 굴뚝 위의 두 사내는 먹고살겠다고 힘겹게 저녁밥을 올립니다. 회사 측의 검사를 받아야만 올라가는 밥, 서로를 믿지 못하니 그 안에 무엇을 올릴지 걱정 어린 소리도 나옵니다. 사측은 감기약이나 진통제도 못 올리게 한답니다. 아파서라도 제풀에 빨리 내려오라는 것은 아니겠지요? 설마….


식사가 올라가고 영상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식사중인지, 아니면 밥을 올리다 기진맥진했는데 통화는 실패를 했습니다. 만약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굴뚝아래에서는 해고동료들이 밤새 구워낼 고구마를 위해 군불을 지핍니다. 내일 아침 출근하는 쌍용차 직원들에게 줄 군고구마를 밤새 구웠습니다.


이창근 기획실장의 어머니는 굴뚝 아래에서 아들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남의 집 자식 올라가서 고생하는 것보다 내 자식이 올라간 것이 낫다. 빨리 일 마치고 집으로 오너라.”해고자가 된 아들과 6년을 세월을 버텨낸 어머님입니다. 박노자 교수의 글을 보태 두 명의 굴뚝인이 바로 ‘우리’임을 일깨워봅니다. 제 아들도 내년 대학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거든요.


“이미 스물여섯 분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행렬을, 연대만이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굴뚝에 올라갈 수 없지만, 올라가신 분들을 지지·응원하고 각자 힘만큼 도와드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도덕적 의무입니다. 이는 우리 자신의 이해관계 문제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정리해고의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박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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