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의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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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풂의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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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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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육관응 교무 /경남교구 신현교당


나의 덕을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라



입춘이 지나서인지 봄 기운이 완연하다. 나뭇가지를 감싸 도는 몽글몽글한 꽃 몽우리가 얼굴을 내민다. 들판에는 꽃대 올리는 뭇 생명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이런 자연은 생명의 경이를 알려준다. 자연은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아기 손 같은 잎 모양을 보게한다.


며칠 전에는 삼랑진에서 힐링센터를 운영하는 지인이 막 피어나려는 노랑 수선화를 카톡으로 보내준 적이 있다. 지인의 마음이 담겨 있기에 함초롬한 꽃망울이 더 선명했다. 이내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꼈다.


비록 핸드폰이란 도구를 사용했지만 그 마음은 그대로 전달됐다. 작은 관심, 작은 베풂이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베풂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내 것’이라고 하는 소유의 관념인 아상을 깨게 한다. 비우되 풍요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 같은 베풂은 시기가 필요하지 않다. 누구든지 에너지 질량이 높으면 베풀게 되어 있다. 그것이 비록 적든 많든 자기 역량껏 베풀 수 있다. 대종사께서도 바라기 보다 먼저 베풀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종경 선외록 요언법훈장 37절에서 “그대들은 삼가 남의 덕만 바라지 말고 나의 덕을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라. 짓지 아니하고 바라기만 하면 덕이 오지 아니하고 해가 오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선외록 법문을 받들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위해 40여 년 동안 물을 공양했던 부부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충남 당진시 면천에서 합덕으로 가는 쑥고개 인근 오두막집에 살면서 물보시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던 내용이다. 기록된 내용을 살펴보면 집 울타리 주변 나무 그늘에 자리한 옹기 항아리에는 물이 늘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 옆에는 물을 먹기 좋게 하기 위해 표주박과 사발이 자리잡았다고 한다.


물이 떨어질 때쯤 옹기항아리를 씻어 새로운 물을 채워넣는 정성이 계속 되었으니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할아버지가 운명을 달리하자 동네에서는 장사까지 지내주었다고 전해진다.


이 내용은 행공덕(行功德)으로 표현된다. 육근동작으로 덕을 베풀며 자기의 소유로 보시를 행하여 실행으로 남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공덕의 결과는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있다.


한 달 전에 마이클 브라운이 지은『현존수업』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이 책 속에는‘거울에 비친 자기에게 뭔가를 건네줘 보라. 그러면 거울에 비친 모습 역시 당신에게 뭔가를 건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는 구절이 있었다. 주고 받는 관계를 부흥시킬 열쇠는 조건을 달지 않고 주는 데 있다고 본다.


그래서 방에 있는 거울에 다가가 방에 있는 조그마한 물건을 꺼내어 내밀어 보았다. 그랬더니 거울에 비친 내가 나에게 그 물건을 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당시의 모습을 그려보니 흐뭇했다.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행공덕이 그냥 행공덕이 아니구나를 알게 됐다. 베푼 것은 언제나 돌아온다는 것이다. 공부인들도 가진 것이 비록 적을지라도 먼저 베푸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이 생기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도 없이 바로 실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시간이 지나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베풂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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