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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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한 조각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5.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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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위 강동현 교무 /칠성부대 군종장교


어린 시절부터 옥상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느낌이 있다. 아랫 세상과는 다른 윗 세상의 묘한 느낌이랄까? 그 느낌을 찾아 옥상을 향해 오르던 어느 날이었다. 계단에서 마주친 고양이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피하려다가 계단에서 떨어졌다. 순간적으로‘죽겠구나!’싶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계단 아래에 있던 쓰레기통으로 골인했다. 쓰레기통에 앉은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달빛은 청명하게 고왔다. 달빛 한 조각에 삶과 죽음을 생각했다. 그 달빛 한 조각은 아직도 가슴 속에 빛나고 있다.


달빛 한 조각의 기연이었을까? 군종 장교라는 역할 속에 수많은 장병들에게 사생관(死生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군부대는 반기 1회로 집중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전투부대는 40시간을, 기술행정부대는 24시간을 이행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군종장교는 전투부대는 4시간씩, 기술행정부대는 2시간씩 사생관 교육을 실시하게 되어있다.


사생관 교육은 육군 군종실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이다. 그래서 군종장교들에게‘신앙을 통한 사생관 확립’이란 주제로 교육을 실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전장(戰場) 속에 무신론자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이말은 군종장교가 존재하는 이유를 나타내는 말이다. 신앙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무형전력강화를 위해 군종장교는 생사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장병들 앞에서 생사를 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사를 논한다면 생사해탈을 얻은 법강항마위에는 올라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고민해결을 위해 스승님께 문답감정을 했다. 스승님의 감정은“정성으로 해라”였다.


그 말씀에 한 감상이 떠올랐다. 바로, 달빛 한 조각이었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법문 말씀이 몽매한 중생의 마음을 녹이는 자비광명이라면, 그 빛을 받아 온전하게 비추어주는 달빛이 되리, 쉼없는 달빛처럼 간절한 정성으로 그 한 조각이 되리.’라고 다짐을 했다.


그 뒤, 사생관 교육을 준비 할 때마다 달빛 한 조각을 표준으로 삼았다. 지금까지 칠성부대에서 실시한 사생관 교육이 약 30회 정도 된다. 교육 후 장병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다양한 피드백 내용 가운데「초코파이 더 주세요」와「초코파이보다 몽쉘을 달라」라는 귀여운 항의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물론, 아주 진지한 피드백도 있다.「유언장을 적는데 눈물이 났다」,「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 해 볼 수 있었다」등등의 깊은 성찰 속에 이루어진 피드백은 부족한 나를 더욱 채찍질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잊지 못할 피드백도 있다. 피드백은 사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기명으로 작성하게 한다. 그런데 이 병사는 이름을 밝혔다. 「천주교 군종병이자 신자인 저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원불교를 알리는 교육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할 수 있도록 해주신 교무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조○○ 안드레아 올림」


잊을 수 없는 피드백인 이유는, 사생관 강의안 내용이 전부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 말씀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말씀을 온전하게 비추어주는 달빛 한 조각에 불과했다. 그래서 너무 기뻤다. 소태산 대종사님께 조금이나 보은의 효(孝)를 행한 것 같았다.


아직도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당당하게 초코파이를 차에 싣고 사생관 교육을 위해 부대로 달려간다. 달리는 차 속에서 외친다. “달빛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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