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것, 보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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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 보아야 할 것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5.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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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담현(성호)교도 /마포교당 /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메시와 호날두의 경쟁. 우승은 누구 차지인가? 득점왕은? 현존하는 두 축구 천재의 대결만큼 축구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축구팬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매일 둘 사이의 경쟁에 대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을 하던가, 이마저 귀찮으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관련기사를 올리는 사람을 찾아 친구를 맺거나 팔로우 하면 된다. 간편하게 내가 알고 싶은 소식을 바로 접할 수 있다. 그게 전부이다.


이에 반해 기존의 뉴스 매체인 신문, 라디오, TV로 같은 소식을 접하기 위해서는 다른 소식도 같이 접할 수 밖에 없다. 메시와 호날두만 알고 싶은데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예상외로 K리그에서 선전하고 있다든지, 여자월드컵 대표팀에 여민지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소식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축구팬으로서 앞으로 한국축구의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하여 건설적 인식이 있기 위해서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국내 시민구단이나 여자축구의 열악한 현실에 대하여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관심과 호기심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반적 사정을 알 수 있도록 이끄는 촉매가 되었지만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간편히 얻는 지금의 시대에는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


호기심은 충족되었지만 여전히 무지 상태에 가까운 점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SNS에서 실시간으로 전세계 모든 정보와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관심없는 대부분의 정보는 스스로 외면하고 있어 그 관심의 정도에 비하여 인식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아니 구체적으로 인식이 없다. 메시와 호날두에 열광하는 축구팬들 중 한국에서 메시와 호날두를 탄생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견해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메시와 호날두의 첫 번째 볼터치가 신기에 가깝다는 것은 알아도 한국축구에 프로팀이 몇 개나 되는지 모르는 생짜 무식의 축구팬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축구팬들이 모여서 하는 축구 발전 토론이라는 것의 수준은 굳이 논할 가치조차 없다.


문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축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무원 연금이건, 세월호 사건이건, 북한의 김정은에 대한 견해이건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해 기존에는 기자 또는 전문가들이 의제를 독점하던 시대를 넘어 SNS 또는 종편 등을 통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제시하는 인터넷 논객들이 많아졌다.


논제에 대한 참여자도 늘어났고 정보의 양도 늘었으므로 이에 대한 토론 수준은 이전보다 수준이 높아져야 하건만 현실은 오히려 저급하고 유치한 수준에서의 설전만 계속되고 있다. 반대의 의견에 대한 경청은 커녕 해당 논제의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모른 채 자기가 보고 싶은 매체와 보고 싶은 사람의 의견만 열심히 보고 퍼 나르고 이를 인용·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사회의 논쟁이 저급한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 것이다.


대종사께서 신문을 보다가 시사에 대하여 가부 평론이 분분한 제자들에 대하여“어찌 남의 일에 대하여 함부로 말을 하는가. 참된 소견을 가진 사람은 남의 시비를 가벼이 말하지 아니 하나니라. 신문을 본다하여도 그 가운데에서 선악의 원인과 그 결과 여하를 자상히 살피어 나의 앞길에 거울을 삼는 것이 공부인의 떳떳한 행실이요, 참된 이익을 얻는 길이라”(대종경 인도품 35장)하셨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떠들어서는 발전이 없다. 메시와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하는 영상에 열광해 SNS에서 열심히 퍼 날라도 한국 축구의 FIFA 랭킹은 올라가지 않는다. 이것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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