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미소拈華微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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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미소拈華微笑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6.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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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위 강동현 교무 / 칠성부대 군종장교


영산회상에서 범왕(梵王)이 세존께 설법을 청하면서 바친 연꽃, 세존이 그 꽃을 들어 올리자 오직 가섭존자만이 미소를 지었다. 이른 새벽 법신불전에 인사를 올리며 소태산 대종사께서 들어 올린 일원꽃을 확인한다. 애써 미소를 지어보지만 쓰디쓴 미소다. 아직 멀고도 멀었다. 보이지도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문득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 회상 안에만 있으면 된다. 이 안에만 있으면 진급한다.” 그래서 천만다행이다. 염화미소를 꿈꾸며 이 회상 안에 있기를 서원한다. 왠지 모를 기운이 샘솟는다.


샘솟는 기운으로 군종부에 출근한 어느 날이었다. 사단 군종법사의 한숨소리가 땅이 꺼질 듯 컸다. 군종법사에게 물었다. “무슨 고민 있으세요?”군종법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서 꽃꽂이 장엄을 해줄 사람이 없네요.”꽃꽂이라면 대학원때 어깨너머 배운 적이 있었다.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 물었다. “법사님! 꽃꽂이를 조금 흉내 낼 줄 아는데 도와 드릴까요?”군종법사는 파안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꽃꽂이에 관해선 전권을 일임하겠다고 했다.가볍게 돕고자 한 것이 봉축식의 한 축을 맡게 되었다.


봉축식 4일 전, 조금씩 부담이 되었다. ‘내가 괜히 나선다고 했나?’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뿔싸! 거울을 보니 얼굴에 미소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 법신불전에 두 손을 모으고 처방을 받았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주인정신으로 보은하게 하소서.’한결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졌다. 왠지 모를 기운이 샘솟았다. 거울을 보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미소를 챙기고 군종법사를 찾아갔다. 군종법사의 의중을 묻고 예산을 확인한 후 계획을 수립했다.


다음 날, 꽃꽂이와 관련 된 모든 재료를 양재동 꽃시장에서 구입했다. 꽃시장을 4시간 동안 배회하며 예산보다 적은 금액으로 모든 재료를 구입했다. 절에 도착하니 오후가 되었다. 바로 꽃꽂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군종법사와 불교 군종병들은 제등행렬 진행 때문에 읍내를 나가야 했다. 본의 아니게 절을 수호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군종법사는 절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연등접수를 하러 온 불자들은 내가 스님인 줄 알고 인사를 했다. 원불교 교무임을 밝히고 안내를 해줬다. 이 상황에 피식 웃음이 났다. 천하 살림을 하려면 울 없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감상이 들었다.


꽃꽂이 장엄은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끝났고 미진한 부분은 다음날 마무리를 했다. 모든 장엄이 끝난 후, 군종법사에게 졸작들을 설명 해줬다. “법사님! 이 작품은요, 제목이「극락세계와 사바세계」예요….”둘이서 퍽 오랫동안 갤러리 놀이를 했다. 군종법사는 완성된 작품들을 보며 말했다. “교무님!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군종법사에게 답했다. “부처님께 보은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저도 고맙습니다.”그 날 저녁, 군종법사에게 연락이 왔다. “교무님! 행사준비 하면서 교무님께 많이 의지가 됐어요. 다시 한번 고맙고 감사합니다.”


드디어 부처님 오신 날이 밝았고 봉축식에 참석했다. 설법 시간이 되어 군종법사는 행사에 협력 해준 부대장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특별히감사드릴분이있다며말했다.“ 원불교 교무님이 꽃꽂이 장엄을 해주셨습니다.”아울러 나에게 정중히 목례를 했다. 그 말을 들은 지휘관도 뒤에 앉아 있는 나에게 목례로 인사를 했다. 깜짝 놀랐다. 유일하게 목례를 한 것도 놀랬지만 종교의 울을 넘어 만나는 한 마음 때문이었다. 하나로 만나는 한 마음….


실은 꽃꽂이 장엄을 하면서 종교화합을 간절히 염원했었다. 종교 간에 첨예한 대립이 빈번 하는 군부대, 종교들의 최전방인 이곳에서「세계의 모든 종교도 그 근본 되는 원리는 본래 하나」라고 밝힌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를 실천하고 싶었다. 조금이나마 효(孝)를 했을까? 그래도 부처님 오신 날에 선물은 받은 것 같다. 그 선물은 한 마음으로 만나지는 염화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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