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정토淨土를 지켜주시는 정토正土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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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정토淨土를 지켜주시는 정토正土님들께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6.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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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혜월(성순) 금강대 연구교수 / 화정교당


원불교에서 말하는 정토(正土)란 전무출신 남자 교역자의 권장부(=배우자)를 말한다. 원불교 정토회 홈페이지(www.wonjeongto.or.kr)에 보면 대종사님 당대에는 정토회원을 출가 교역자와 다름없이 관리해 주셨는데, 열반하신 후에는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곳이 없고, 소속이 불분명해진 상태였다가 정산 종사님때부터 정토회(正土會)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창립하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교규집에서 정토회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원기85년 5월 4일에 개정된 교규에서 정토는 교정원장이 인증하는 소정의 자격을 취득한 후 정무(正務) 임명을 받아서 전무출신 규정 제45조에 의한 특별봉사자로서 교화 보조를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 경우 5급 전무출신에 준하여 특별시상하며, 교화의례상 필요할 때 교복과 법락을 착용할 수 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건 간에 적어도 교규상으로는 대종사의 뜻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토 선서문을 읽어본 후 내가 받은 감동은 매우 컸다. 선서문에서는 전무출신의 권장부가 되었노라는 자부심과 함께‘스스로’대지(大地)가 되고 연꽃이 되어서 이 회상과 전 생령을 위하여 무명성자로 뒤를 따르겠노라는 약속이 절절하게 새겨져 있었다. 여기서 정토가 따르는 대상은 당연히 사은의 진리와 그에 근거한 선진들의 가르침일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서문에서 정토‘스스로’다시 말해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성자가 될 것을 다짐하는 부분이다.


정토들이 사은의 진리에게 고백한 약속, 그리고 선진과 교단이 기대하는 약속은 이렇게 온 우주를 덮고도 남을 만큼 크며, 남편인 교무 한 사람에게 매인 존재만은 아닌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교무님들은 적어도 일상생활에서도 수행자로서의 긴장을 놓지 않고 있는 이들이기에 정토들에게 가부장적인 태도와 교무 대 교도의 위계를 강조함으로써 불행한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모습은 잘 발견되지 않는다. 혹여 그러한 사례가 소수 있다하더라도 그건 교무 자신의 개별적인 인성차원의 문제이지, 교단 전체의 문제로 소급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혹여 정토들에게 전무출신 남편이 채우지 못하는 가사비용을 벌어오는 사람으로 대하거나, 출가교역자보다 하위적 존재로서 응당 순종해야할 것을 강요해왔다면 이는 사은전에 올린 약속을 어기는 것이 되지 않을까.


정토회의 창립목적에 보면“상부상조로써 정신과 경제의 자립을 확립하여 전무출신의 권장에 힘씀”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는 교무인 남편의 수입에 의존할 수 없는 교단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토가 경제적 주체로 자립하기 위하여 정토회 자체적인 수익사업을 하고, 그 수입으로 가정생활을 꾸리는데 필요한 재원을 보충하려는 취지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이 처음 의도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결혼한 교무들의 경제적인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교단 전체의 교화에도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비단 나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토로서 교도들이나, 다른 사회인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외부활동을 할 수 없다거나,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감내해야 한다면 소명의식만으로는 버티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따로 직장이나 사회 활동이 없는 정토들을 위한 수익사업의 장이 마련될 수 있다면 교무들에게도 많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교단 차원에서도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생활이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사은전에 서원까지 하면서 교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이들에게 교단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 보은을 해야 되지 않을까. 일단은 교무들 자신부터가 적은 돈에 큰 마음으로 살아주는 정토에게 감사해야 하는 게 먼저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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