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표로 그린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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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표로 그린 여름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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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상보 교도 /도봉교당


“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타는 태양 아래 사람도 양도 지쳐 버린다. 뻐꾸기가 지친 듯 노래한다. 갑자기 북풍이 휘몰아치자 양치기는 불안에 휩싸인다. 하늘을 가르는 천둥, 그 뒤를 우뢰가 따르고 우박이 곡식을 쓰러트린다.”(여름 소네트 중)


갑작스런 천둥소리에 새벽잠을 깨어보니 비발디가‘사계’에서 묘사한 바로 그 여름 광경이다. 제 4악장 여름에 귀를 기울이면 꼭 요즘 같은 무더위에 이어 바이올린이 묘사하는 뻐꾸기, 무서운 천둥과 번개를 표현한 첼로와 비올라 더블베이스가 들린다. 여름은 봄처럼 화려하지 않지만‘사계’중 현악기의 연주가 가장 현란하고 멋지게 펼쳐지는 악장이다.


사계를 주제로 한 곡은 비발디 외에도 하이든, 차이코프스키, 그라주노프, 피아졸라도 썼다. 천둥을 묘사한 곡은 최고의 표제음악이라 불리는 베토벤의 6번 교향곡‘전원’제4 악장과 스트라우스의 교향시‘알프스’도 있다.


이렇듯 많은 곡들 가운데 비발디의‘사계’가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는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신부가 된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천식으로 고생했던 그는 사제 서품까지 받았으나 결국 그 길을 포기하고 피에타라는 여자고아원의 음악지도자로 37년 동안 합창단을 맡게 된다. 아버지의 재질을 받아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비발디가 활동했던 바로크 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은 대편성의 오케스트라가 아닌 현악기와 쳄발로 등 소편성의 합주단이었다.


57세 때‘화성과 창의의 시도 op.8’라는 12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출판했는데‘사계’는 이 중 첫 4곡을 가리키며 각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계절마다 비발디가 쓴 것으로 보이는 14행의 소네트가 붙어 있고‘빠르게-느리게-빠르게’로 연주된다.


비발디의 음악은 특히 현악기의 어울림이 멋지다. ‘화성의 영감’이라 불리는 협주곡 모음집‘작품3’에 감탄한 바흐는 그 중 몇 곡을 편곡해 비발디에게 경의를 표했을 정도다. 40개가 넘는 오페라와 500곡이 넘는 협주곡을 써서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을 완성하였고 멀리 바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비발디! 음악가로 매진한 그의 취사와 선택에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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