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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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동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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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담현(성호)교도/마포교당/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친구들과 놀던 뒷동산.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다녔던 학교 뒷동산에는 나무들로 가득했고 한편에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부터 우리는 학교 뒷동산을갈 수가 없었다. 동산에 공사펜스가 설치되었고 커다란 병원이 생겼다. 삼성서울병원.


당시 나는 왜 산림을 파괴해가면서 삼성서울병원을 지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린벨트 또는 도시내 녹지라는 것이 도시의 난개발을 막아 모두가 쾌적한 환경을 누리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존재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학생인 내 눈에는 다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보전되었던 녹지대가 다수 공공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는 목적을 위해 해제된 것으로 보였다.


수서가 서울 끝자락이기는 하지만 분명 강남구에 속해 있었고 주위에 이미 병원시설은 충분히 많이 있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병원이 부족한 동네에 병원을 지어야지 왜 여기인가? 만일 의료발전을 위해서라면 그린벨트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지으면 되는 것 아닌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었고 더 이상 나는 친구들과 학교 뒷동산에 갈 수 없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면서 설립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설령 그렇다고 해도 분명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이것이 특혜였다는 시비를 들어본 기억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던 강남 한켠의 녹지대를 훼손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삼성서울병원은 지역주민의 허파역할을 하였던 녹지대를 훼손해가면서 설립해야 했던 그 목적을 달성했을까?


최고시설의 병원이 설립된 것은 분명하다. 몇 번 들러본 병원은 그 시설이 충분히 감탄할만했다. 장례식장이 제일 유명하고 암센터시설도 충분히 뛰어났다. 그러나 그것이 도심의 산림을 훼손해야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다른 곳에 세웠어도 그 목적은 달성했을 거다.


그럼 대다수 시민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것에 상응할 만큼 시민들의 후생에 기여하였을까? 의료전문가가 아닌 난 잘모르겠다. 삼성서울병원이 설립되어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는지 아니면 우리나라의 보건위생수준이 향상되었는지 모르겠다. 만일 그랬다면 나는 뒷동산을 잃어 버릴만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금의 메르스 사태를 볼 때 삼성서울병원이 수서에 세워진 것은 동네주민들 입장에서는 정말 재앙같은 일이다. 만일 병원설립 당시 이런 사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누군가가 해주었다면 우리 가족을 비롯한 온 동네 주민이 시위에 나서 결사항전을 통해 병원설립을 저지했을 거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연파괴를 통해 주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관리소홀로 주민전체의 생명권에 중대한 위협을 가져왔고 일부 주민들은 생명권을 빼앗겼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확산이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다. 물론 그렇기도 하다. 그렇지만 삼성서울병원이 산림을 밀어버리고 그 입지 좋은 땅에 마음대로 건물을 쌓아올려 사람들을끌어모은 건 사실이다. 전국의 사람들이 리게 유도한 것은 삼성서울병원 자신이다.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면 그에 대한 책임은 불러 모은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케 하기 위해 다수의 희생을 요구했으면 그 희생에 대한 책임감도 부담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수혜자들은 특히 그러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기득권은 알고보면 다 이러한 다수의 희생 속에서 형성된 것들이 많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안 하는 것 같다. 뒷동산을 잃은 게 나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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