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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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7.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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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담현(성호)교도 / 마포교당 /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요새‘복면가왕’이라는 TV프로그램이 인기다.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엄청난 노래 실력의 소유자. 당연히 가수일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보여주는 반전. 가수가 아닌 코미디언, 아나운서 등 다양한 분야의 가왕들. 나중에 복면을 벗은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이렇게 복면을 쓰고서라도 얼마나 노래를 하고 싶어 했는지를 실토한다. 고성을 질러대는 모습을 보면 절절한 그 열망이 TV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복면을 쓰고서라도 고성을 질러대는 이들처럼 이렇게 무언가를 질러대고 싶지만 못하고 있는 사람이 이들 뿐일까, 또 얼굴이 드러나기 때문에 모기만한 소리로 중얼거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회사에서 자리를 박차고 상사에게 소리 지르고 싶은 회사원, 식당에서 나르던 음식을 확 내던지고 통쾌하게 소리지르고 싶은 종업원, 전화에 대고 일갈을 하고 전화기를 확 던져버리고 싶은 전화상담원.


이렇게 무언가 내지르지 못해 한이 쌓인 사람이 우리 사회에는 많다. 배운대로라면, 상식대로라면 나는 잘못 없는데. 그래서 억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만 한다면 언제라도 지를 태세다.


복면가왕 출연자들은 운이 좋게 복면가왕에 출연하여 그동안 지르고 싶었던 소리 마음껏 질러보기라도 했지만 현실의 우리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럴 기회가 없다. 또 복면가왕 출연자들은 복면을 벗는 순간 주위의 환호성과 박수를 받지만 만일 우리 중 누군가가 익명으로 마음껏 질러댄 뒤 정체를 밝히면 그 순간 냉대와 보복이 따른다.



우리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복면을 쓰지 않고도 당당히할 말은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또 복면을 벗더라도 앙갚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실현은 대단히 어렵다. 이러한 행동을 용인하고 정당한것으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당하고 있는 자들이 합심해서 들고 일어나야 되겠지만 기득권을 쥐고 있는 자들이 할 말이 있으면 자신 있게 하라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아니면 누가 감히 먼저 나설 수 있겠는가.


대종사께서는 항상 강자로서 강자 노릇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애석히 여기시며, 자신이 이미 강자일진대 늘 저 약자를 도와주고 인도하여 그로 하여금 자기 같은 강자가 되도록 북돋아 주어야 그 강이 영원한 강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대종경 인도품 26장). 복면가왕에서 클레오파트라가 드디어 가왕에서 내려왔다.


누구나 때가 되면 물러나기 마련이다. 영광 속에서 퇴장하는 클레오파트라처럼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언제라도 도전에 응하는 이들이 진정한 강자로 대접받는 사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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