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일기)법신불 마일리지
상태바
(군종일기)법신불 마일리지
  • 한울안
  • 승인 2015.09.1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대위 강동현 교무-칠성부대 군종장교

장병들이 원불교에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예회에 참석한 117명의 장병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질문에 대해 복수답변을 하도록 했다. 1위는 마일리지(76명)였다. 군대에 왠마일리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군대엔 없었던 제도다. 마일리지 제도란 특별선행 및 종교행사 참석시간에 비례하여 점수를 받고, 점수가 일정기준에 부합되면 포상휴가를 받게 되는 제도를 말한다. 보편적으로 종교행사 참석은 2시간에 2점을 준다.



마일리지 대상에 종교행사가 포함 된 이유는 종교행사 활성화를 위해서다. 무교(無敎)가 50%에 육박하기 때문에나온 고육지책이다. 물론 다른 군 교화교당까지 일반화 할 순 없지만 이곳 칠성교당 예회참석자 중 65%는 그렇다. 이런 현실에 빗대어 군종장교들 사이에선 마일리지 제도를 없애면 독실한 신자 확인이 가능 할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마일리지 제도는 그동안 넘버원 자리에 있던 간식을 넘버투로 내려오게 했다. 실제 간식 때문에 교당에 온다고 답한 장병은 26명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간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간식은 군인들에게 명약 중 명약이다. 특히, 신병교육대에서 주는 간식은 줄 곧 믿어왔던 종교마저 바꾸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초코과자와 종교를 바꾸는 일이 빈번하다. 햄버거와 피자는 두 말 할 것도 없다.


‘최고’존엄한 자리에 오른 마일리지, 이와 관련 된 에피소드가 있다. 간혹, 부대 지휘관이 군종병(우리제도로 비유하면 재가교역자 역할은 하는 장병)을 임명해서 보내는 경우가 있다. A장병도 부대 지휘관이 군종병으로 임명해서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당에 오지 않는 것이다. 걱정이 되어 신변확인을 해봤다. 알고 보니 마일리지 때문에 부대 안에 있는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군종병이 되면 마일리지 점수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교회를 나갔던 것이다. 군종병에게 마일리지를 주지 않는 이유가 있다. 독실하게 종교를 믿는 대상자들이기 때문이다. 대가없는 종교활동인 것이다.


B군종병의 이야기다. B군종병은 종교행사 후 상담을 요청했다. “교무님! 이번 주에 마일리지 노예가 되어 살았습니다. 마일리지 점수를 채우기 위해 부대에서 시키는 일이란 일은 다했습니다. 마일리지에 영혼을 팔고나니 너무 허무했습니다.”군종병의 고백에 한 감상이 들었다. ‘물질의 노예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정신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보이지 않는 마일리지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며, 정신개벽을 하지 않으면 선용(善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희망을 노래 할 수 있는 것은, 편안한 분위기(58명), 교무님(34명), 마음공부(32명) 때문에 교당에 오는 장병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나에게 원불교란?’질문에‘마일리지’라고 답한 장병은 8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일리지 때문에 종교행사에 오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란 의미다. 이들이 원불교에 오는 이유? 82명이 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에게 원불교란 마음의 안식처다.’마음의 안식처란 여섯 글자에 답이 있었다.


물질과 정신의 노예에 벗어나고픈 영혼들의 안식처. 그 안식처에서 부대에서 주는 마일리지에서 법신불이 주는 마일리지를 적립하도록 안내하는 일. 나아가 법신불 마일리지의 노예가 되는 것, 그건 해볼 만한 노예가 아닐까? 나도 노예가 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