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생겁래多生劫來(서품 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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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생겁래多生劫來(서품 17장)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11.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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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법현 교도 / 북일교당


대종경 서품 17장을 읽고 또 읽은 지 거의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다생(多生)과 윤회, 육도와 사생 그리고 소유에 대한 소태산의 법어가 집약된 곳이 바로 <서품 17>이다. 두 쪽 남짓 되는 법어를 끊임없이 되풀이 하여 읽으면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인지, 그 읽기를 어떻게 문장으로 풀어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원불교대사전에는‘다생겁래’를“아득한 과거로부터 수많은 생을 받아 육도 윤회를 계속하여 오고 있다는 뜻. 인간은 과거 생에도 육도 윤회를 수없이 했다는 의미이다. 한없는 세월 속에서 윤회를 거듭하고 있는 중생의 모습을 설명할 때 그리고 수많은 생을 통해서 수행을 해온 부처의 삶을 설명할 때 쓰는 용어”라고 정의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전은 출간되는 즉시 미완성의 운명을 타고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증보하는 작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증보하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는 사전은 죽은 사전이다. 언어나 개념은 사전의 인쇄된 풀이 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 생활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기 때문이다.



다생겁래를 고민하고 있는데 문득 시인 고은의 공식 홈페이지에 나오는 전생연보(前生年譜)가 떠올랐다.


‘먼 옛날 세습 방랑시인으로 출생. 한때 디오니소스의 친구, BC 1125 카스피해안에서 암말로 출생, BC 0017 시베리아 예니세이 유역에서 인간으로 출생,아기 무당, AD 1302 장소 미상(未詳)의 술집 주모, 1422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 출생. 주로 행상, 1597 내몽고 출생, 목동, 1634 조선 삼지연 출생, 화전민. 피리를 불었다, 1689 조선 추풍령 출생, 일자무식 나무꾼, 1770 여수 돌산도 출생, 무사승(無師僧), 1847 안면도 출생, 귀머거리 머슴. 술을 너무 좋아했다.’


고은 시인의 전생연보는 그야말로 다생의 연혁이었다. 이 전생연보가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은 고은이라는 자아의 시적(詩的) 기억이기 때문이다. 고은의 시적이면서 동시에 오만한 자아는 전생과 현생이 윤회하고 있으며 삶의 본질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자신도 모르게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고은은 자신의 진아(眞我)가 지구를 중심으로 윤회했고, 1600년대 이후에는 무려 네 번씩이나 조선에서 윤회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구에서만 윤회를 거듭하고 있으며 심지어 조선에서 연거푸 다시 태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연기적 인과가 작용했을까?


니체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처음으로‘영원 회귀 사상’을 발표했다. 니체의‘영원 회귀’가 소태산이 가르치고 있는‘다생겁래’와 어떻게 맥락이 닿아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08-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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