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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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둥이 같은 놈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11.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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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위 강동현 교무(칠성부대 군종장교)


“이놈, 이 몽둥이 같은 놈아!”,“ 그래 가지고 장차 이 회상의 주인이 되겠느냐?”소태산 대종사가 제자들에게 꾸지람을 할 때 자주 사용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겼다. 왜 몽둥이로 비유하여 꾸지람을 했을까? 다양한 설이 있겠지만 이렇게 정리해 봤다.


조선시대에 중국으로 파견되는 사신의 시종을‘봉자(棒子)’라고 했다. 봉자는 중국어로‘빵즈’라고 불리며‘몽둥이’이란 뜻을 갖고 있다. 그때부터 몽둥이는 머슴을 지칭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럴까? 중국인이 한국인을 비하할 때‘가오리 빵즈 (高麗棒子·고려몽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리 하자면 소태산 대종사가 말하는 몽둥이는 주인정신이 아닌 머슴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제자들이 주인정신으로 살아가길 염원했던 소태산 대종사! 그 염원을 잊지 않기 위해 교당에 몽둥이를 구해 놨다. 그리고‘봉자(棒子)와 주인(主人)’이라고 적어놨다.


몽둥이를 보며 항시 묻는다. ‘강동현! 넌 회상의 주인이냐? 머슴이냐?’ 솔직히 머슴으로 살 때가 더 많다. 그래서 난 소태산 대종사로부터 항시 꾸지람을 듣는다. “이놈, 이 몽둥이 같은 놈아!”라고 말이다. 부끄럽지만 멋쩍은 나의 근기를 살피며 회상의 주인으로 거듭나길 두 손 모아본다.


그 염원 따라 내가 서 있는 이 곳을 살펴본다. 이 곳은 어딘가? 국가로부터 심신건강을 인정받은 청춘들이 모여 있는 군부대다. 이곳의 청춘들은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해 주인정신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가끔 아쉬울 때가 있다. 바로 몽둥이 같은 군인들을 만날 때다. 특히, 장병들의 멘토와 모델링이 되어 줄 간부들이 몽둥이 같을 때는 더 아쉽다. 실제 군 교화를 하다가 몽둥이 같은 간부들과 엮이면 눈물겨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속으로 수 없이 외친다. ‘이놈,이 몽둥이 같은 놈아!’라고.


○○부대 안전기도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다. 전무출신훈련 참가로 기도식에 불참하게 되었다. 미리 군종부와 협의하여 군종병이 기도진행을 하도록 사전조치를 했다. 그런데 기도식 전날, 해당부대 A간부로부터 전화가 왔다. “교무님! 원불교는 누가 기도합니까?”란물음을 시작으로 어찌나 책임전가를 하던지 낯이 화끈화끈 했다. 재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일의 순서를 따라 확인 해보니 원불교만 관련해서 공중에 붕 떠있는 것 아닌가! 협의 과정에 따른 주인들은 다 사라지고 몽둥이만 남아 있었다. 전화기를 붙들고 다시 주인을 찾아 나섰다. 헉헉거리며 주인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내가 몽둥이 같았구나, 그래서 모두가 몽둥이로 보였구나! 참 주인은 모든 것이 주인으로 보이는 것인데.’


어리석은 눈꺼풀을 벗겨내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통화하는 모든 이를 주인님 섬기 듯 대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일이 술술 풀렸다. 여기저기서 주인들이 나타났다. 특히, 가장 몽둥이 같다고 생각했던 A간부가 제일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다음 날, 군종부로부터 기도식이 잘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A간부에게 전화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연신 웃으며 A간부가 대답한다. “언제든지 도울 일 있으면 말씀하십시오.”그 웃음소리를 따라 소태산 대종사가 웃으며 말하는 것 같았다. “이놈, 이 몽둥이 같은 놈아!”라고.


그렇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종경에「회상창립의 주인, 동남풍의 주인, 천지의 주인, 혜복의 주인, 큰 사업의 주인, 알뜰한 주인, 금강산의 주인, 하나 하나 깨치는 사람이 주인」이 되길 염원을 밝히고 있다. 그 염원을 가슴에 새기며 얻은 깨달음 하나, 참 주인이 되고 싶다면 먼저 몽둥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리의 몽둥이’가 되어야 한다. 법신불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심고를 올렸다. ‘진리의 몽둥이가 되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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