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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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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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따라 원불교 선택한 서봉원 방학교당 교도회장
젊어서 신학대학에 들어가려고 원서를 들고 다니고, 한 때 기독교 임실남원지구 청년회장을 했을 정도로 철저한 신자였던 서봉원 교도(69세)는 원기 83년에 입교한 신참 원불교도다.
친어머니처럼 모시고 살던 장모님(최진각 교도)이 열반하셨을 때 천도재를 지켜보며 30년 이상 요지부동이던 마음이 비로소 움직였다는 서 교도회장. 그의 아내는 몽심재로 유명한 남원시 수지면 홈실 박씨인 박치선 교도로 박청수, 박덕수, 박명제 교무와 친척이다. 종교의 울을 넘어 연애 결혼한 이들 부부는 약혼식은 원불교에서 하고 결혼식은 교회에서 했다. 또 결혼하고 나서 한참 동안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에 일요일 날 각자의 종교로 나가지 못했었다.
“원불교가 기독교보다 한 차원 높더군요” 원불교도가 된 후 친한 친구들로부터 한동안 ‘배신자’란 소릴 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양쪽 교리를 모두 섭렵한 그가 오히려 친구들을 가르친다고.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말하는데, 왜 누구는 부자나라에 태어나고 누구는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느냐? 그리고 왜 누구는 부잣집 잘생긴 외동아들로 태어나는데, 누구는 가난하고 못생긴 병신으로 태어나는지 설명해봐라”고 물어보면 기독교인들은 아무 말 못하지만, “원불교교리에 따르면 인과응보의 원리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된다”면서 서 교도는 원불교가 훨씬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기독교는 善을 행하되 남들이 모르게 행하라고 가르치지만, 원불교는 善을 행한 그 자체까지도 놓아버리고 無心으로 돌아가라고 하지요” 라며 원불교의 무아봉공이 한 차원 더 높더라는 그. 젊은 사람도 외기 어렵다는 참회문, 천도법문도 척척 외운다. 한발 한발 산에 오르면서 독경을 외웠다는 서봉원 교도는 ‘천도법문을 1000번 사경하면 자신천도가 이루어진다’는 말에 1000번을 사경했고, 교전도 3번 사경했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내와 함께 교당을 청소하고 여행을 떠났다가도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토요일엔 꼭 돌아온다는 서 교도회장. 결혼한 아들 내외가 손주를 데리고 놀러 와도 일찍 돌려보내고 법회에 참석한다. 천도재나 월초기도에도 빠지는 법이 없다. 정년퇴임한 이들 부부는 밤이면 각자의 방에서 심고를 올리는 등 평상시 생활에서 수행을 놓지 않는다.
“내가 인연 맺은 사람은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라는 서봉원 교도는 알아주는 애처가로 40여 년 동안 부부간에 별로 싸워본 기억이 없다. 워낙 자상한 성격이라 아내가 교당에 공양할 차례가 되면 부침개는 항상 남편 차지라고. 자식들도 아버지를 본받아 삼형제 모두 소문난 애처가. 과외나 학원, 독서실조차 전혀 다녀본 적 없는 아들들이 모두 공부를 잘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서봉원 교도는 “그저 애들이 수험준비 할 때 옆에서 책을 보고 붓글씨도 쓰면서 솔선수범해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웃는다.
서원정 기자 swon@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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