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남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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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4.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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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탁 교수의 세상읽기-연원달기 운동이 성공하려면
며칠 전 대학원생들로부터 뜻밖의 글을 받았다. 지난 6년간 언론정보대학원 원장으로 일했었는데 퇴임하는 원장을 위해 원생들이 자신들의 아쉬운 마음을 담은 글을 잡지에 실었다. 글의 제목은 “너그러움은 물과 같고, 엄격함은 불과 같은 원장님”이었는데 이 제목을 보는 순간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너그러움은 물과 같다’에 대해선 가능한 원생들에게 너그럽게 대하려 했기에 수긍이 쉽게 되었지만 ‘엄격함은 불과 같다’에 대해선 한번도 엄격해지려고 하지 않았기에 납득이 잘 가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글을 쓴 한 원생이 인용한 고전을 보니까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공자가 정나라의 재상 공손교의 통치철학을 말하면서 “정치가 너그러우면 백성이 게을러지는데 게을러지면 엄격함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또 엄격하면 백성들이 잔인해지는데 이 때는 너그러움으로 다스려야 한다. 이렇게 너그러움과 엄격함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정치다”라고 언급했다.
비단 정치만 너그러움과 엄격함의 조화가 아닐 것이다. 우리네 가정사만 하더라도 너그러움과 엄격함의 조합이 적절히 맞아떨어져야만 가정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동안 아버지로서, 또 어머니로서 자식을 키우면서 이런 문제를 갖고서 얼마나 많이 고민했던가. 지나치게 너그럽게 대하면 버릇없는 자식으로 되기 십상이고, 또 지나치게 엄격하게 대하면 굴종적이거나, 아니면 반항적인 자식이 되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치않게 보아왔다.
그런데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너그럽게 처신하는 데만 집착해서 스스로 엄격해지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누군가에게 엄격해지려면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자식에게 매를 들 수도 없을 뿐더러, 학생들에 대해서도 함부로 싫은 소리를 할 수 없다. 그러니 “엄격함은 불과 같다”는 우리 원생들의 평가는 “부드러움은 물과 같다”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평가라고 보아진다.
요즘 우리 교단의 큰 문제 중 하나가 교도 수가 다른 종교의 그것에 비해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인지 지금 서울교구에서는 9인 연원달기 운동을 시작으로 교도 수 늘리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이 성공하려면 교도님들이 일심 합력해서 열심히 교화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스스로 엄격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너그러운 것만을 미덕으로 생각하면 원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조차도 다른 종교로 갈 가능성이 있다. 어떤 때는 엄격한 모습, 또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어야만 상대방도 우리의 진실을 이해하고 서로가 감동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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