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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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겨야 한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6.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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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기고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그 동안 당연시되었던 인류의 무자비한 비인간적이고 반생명적인 행위들에 대해 반성하고, 새롭게 환경과 생명을 중시하는 각성된 노력들이 각 부분에 걸쳐서 전인류적이고 전지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우리사회의 법과 질서 유지에 필요악이라는 명분으로 당연하게 존속되어 온 사형제도에 대한 폐지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있는 종교인들이 앞장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사형제도 폐지에 당면하여 첫 번째 물음은 ‘우리에게 사형제도는 필요한 것인가?’하는 질문이다. 범죄를 줄여가고자 하는 사회적 노력은 다방면에 걸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 형벌의 과중에 따라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결정적 증거, 즉 사형제도의 존속이 범죄를 줄였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심정은 자신의 범죄에 대한 결과를 예상하지 않고 저지르기 때문에 사형제도가 결코 범죄를 줄여갈 수는 없으며, 그 보다는 도덕적인 교육과 전통적인 가치를 회복하여 사회전체가 더욱 건강해져야만 한다.
두 번째의 질문은 ‘우리는 왜 사형제도를 폐지하자고 하는가?’ 이다. 사형수는 이미 사형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사형을 집행해본 교도관의 증언에 의하면 우리가 사형해야 할 그 흉악범은 사라지고 선량한 한 인간을 죽여야 하는 고통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사형수를 포함한 죄수들은 어느 순간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때의 그 마음이 그 사람에게 영원한 것이 아니고 흘러가는 물처럼 사라져 버리고 마음의 변화에 따라 흉악범이 아닌 선량한 사람으로 되돌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을 사형이라고 하는 공인된 사회제도에 의해 죽여야만 할 때, 우리 또한 사회전체의 이름으로 귀중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이 때 만약 그에게 내려진 인간의 심판이 잘못되었다고 하면 이것이야말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온 과거의 잔재를 이제는 청산하여야 한다.
물론 범죄인을 제재하거나 처벌하고 교화하는 것은 사회의 정당한 권리이자 양도할 수 없는 의무이다. 그러나 이 권리를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으로까지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사형제도 폐지의 이유이다. 또한 인간의 죗값을 치르는 방법으로 사형제도를 존속하는 것은 보복적이고도 반생명적이며 비인간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는 많다. 또한 계속해서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비인간적인 형벌제도인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종신형을 비롯한 범죄에 따라 무제한의 징역을 살도록 하는 제도로 바꾸어 가고 있다. 반드시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사회적인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만 그 형벌에 있어서 인간의 목숨을 제거하는 제도는 안된다는 것이다.
‘악한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겨야 한다.’ 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을 보더라도 한 때의 실수로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를 우리는 불쌍히 여겨야 할 것이며 교화의 대상으로 보아서 죄성(罪性)이 공(空)한 본래의 마음을 회복하도록 하고 자신에게 드리워진 무거운 업력을 벗어나 참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우리 종교인들의 의무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보복적인 형벌제도와 미움과 복수가 반복되는 인과보다는 교화를 통한 인간의 참회와 회심으로 온전한 사람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더 근원적인 해결책이며 꼭 필요한 교정교화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금수초목도 함부로 꺾거나 해하지 말도록 가르치고 계시는데 그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려고 하는 우리가 비록 흉악한 죄를 지은 사형수라 할지라도 그에게 주어진 생명을 빼앗아 죽일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 원불교인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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