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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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는 아이들
  • 전재만
  • 승인 2002.02.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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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이야기 3


이진상 교무


우리네 부모들은 자신들을 희생해가면서 자녀들에게 공부를 시켰다. 그것이 곧 자신들에게도 자녀에게도 가난을 물려주지 않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네팔의 문맹율은 40%에 다다른다. 농사를 우선으로 하고 있는 그들은 자녀들은 곧 노동력이고 그런 까닭으로 학교보다는 자녀들은 노동에 동원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농사철이 되면 모내기를 한다는 이유부터 벼를 베여야 하는 까닭까지 자녀들은 수없이 농사일 때문에 학교를 쉬는 일이 많다. 아니 아예 학교를 보내지 않고 집안의 농사뿐 아니라 다른 집의 농사일로 돈벌이를 시키는 부모들도 있다.
어디 그뿐이랴, 시내 곳곳에서는 짜이(네팔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밀크를 탄 홍차)를 배달하는 어린 소년들, 돌을 깨는 곳에서는 아이들은 무거운 돌을 나르는 일에 노동력을 들인다. 그 아이들은 신발도 거의 신지 않은 채로 깊은 골짜기를 한나절 내려가서 돌을 지고 한나절 올라온다. 그렇지 않아도 싼 노동력(한국의 거의 1"100 정도이다)이 어린이들에게는 오죽하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하루 두끼의 식사가 고작인 그들은 단순히 밥을 얻어먹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학교의 수준은 너무도 열악하여 상상을 초월한다. 그저 벽하고 지붕만 있으면 학교 건물이고, 책걸상 역시 그저 나무로 길게 만들어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앉게 되어 있다.
건물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나무에 칠판 하나 걸면 그곳이 곧 교실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땅에 앉아 종이 한 장에 연필 한 자루 들고 선생님이 써주는 것을 받아 적으면 그것이 책과 공책을 겸한다. 물론 교과서가 있기도 하다. 몇 번을 물려서 사용했는지 자켓은 없어지고 모서리는 찢어진 교과서들, 과목은 네팔어, 영어, 산수가 전부이다. 하지만 사립학교는 유치원부터 수업자체를 영어로 하기 때문에 사립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영어를 원어민처럼 한다.
어쩌면 그것이 네팔의 저력이 아닐까? 하지만 사립학교는 너무도 비싼 수업료 때문에 그래도 어느 정도 재산을 유지하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긴 선진국에 노동인력으로 나오는 네팔사람들이 대부분 최소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로 상류계급의 사람들이다. 적어도 다른 나라에 갈 수 있는 비행기티켓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산업자체가 거의 없는 네팔의 현실에서는 전문인력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어떻게든지 외국에 나가서 노동자라도 해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 큰 꿈이다. 하지만 나라가 너무도 가난한 까닭에 어느 나라에 가든지 네팔에서 온 노동자들은 가장 천대를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한국에도 네팔 노동자들이 약 4만여 명 다녀갔고 아직도 2천여 명이 남아 있다고 한다.
농산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네팔은 외국에서 고생해 많은 사람들이 벌어들인 외화가 모두 다시 외국에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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