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피해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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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피해증언
  • 한울안신문
  • 승인 2002.08.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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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순 할머니(74)
그때 저는 17살 이였습니다.
1945년 8월5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기 하루 전날 공습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그래서 모두 방공호에 계속 숨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습이 없어 공습경보는 해제되었습니다. 그 뒤 지금 히로시마로 큰 비행기가 다가 오고 있지만 공습이 없이 그냥 지나가는 비행기 같다는 말만 있었습니다.
8월6일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날, 아침에 아침식사를 하고 전날 잠을 못자서 멍하니 있는데, 이웃 집에서 쌀배급을 타러가자고 데리러 왔어요. 그래서 그 분은 밖에 세워두고 나는 바쁘게 몸빼 옷으로 갈아입었어요. 갈아 입고 나오려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그래서 화장실에 갖다 나오는데 집이 무너졌어요.
그 순간은 무엇인지 몰랐어요. 그 순간 전 도시가 갑자기 멈춘 것처럼 조용했어요. 침묵이 한참 흐른 것 같애요. 아주 조용한 적막이 흐르다가 조금 지나서 여기 저기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굉장한 폭발인줄 알고 혼자서 잔해를 치우고 나왔어요.
쌀배급 가자고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는 피폭이 되어가지고 온 몸에 껍질이 벗겨지고 쓰러져 있어요. 누워서 ‘엄청 뜨거웠다’는 말만 되풀이 했어요.
그리고 여기 저기서 불이 났어요. 히로시마 전체가 검었어요. 모든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서쪽으로 피난을 갔습니다. 저도 피난을 가려는데 피난을 못가겠어요. 뜨거운 열기로 땅을 디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나무판자를 주워 천으로 발에 묶어 걸으려고 했으나 피난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사이에는 들어가지 못했어요.
그 당시의 처참함은 말로 다 못합니다. 피난 길에 어떤 가족이 다다미에 누워있는데 그 가족 아버지가 하반신이 날아갔어요. 아무리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들도 다 피폭당했기 때문에 도와줄 수가 없었어요. 1.5Km쯤 가는데 비가 왔어요. 비가 오면 땅이 좀 식겠다, 불도 좀 꺼지겠다해서 다행이다 했는데, 온통 검은 비였습니다. 낙진이었죠. 온 거리와 모든 곳에 검은 비가 내렸어요. 다리를 건너면 작은 광장이 있는데 그곳을 피난처로 삼으려 했으나 이미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너무나 온천지가 뜨거워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봇대 줄을 몸에 묶어서 물에 빠지지 않게 하고 옆에 강에 들어갔나 나왔다 하며 그날 밤을 지샜습니다.
그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게 기적입니다. 지금까지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이, 여러번의 수술과 암수술, 신장도 나쁘고 참 만신창이 몸으로 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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