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평화 환경의 시대를 위한 범종교인 서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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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평화 환경의 시대를 위한 범종교인 서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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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1.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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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교인들은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는 환경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기도와 수행을 다하겠습니다.
갯벌이 죽고 바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산이 죽고 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인간도 죽어가니, 대한민국은 온통 잔치마당에 벌어진 죽음의 굿판입니다. 갯벌은 간척이라는 이름으로 뭇 생명들의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고, 산이 아스팔트라는 이름으로 죽어 그대로 거대한 무덤이 되고, 강물은 댐의 이름으로 썩어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있어 이 죽음의 굿판을 접고 다시 생명의 잔치를 열겠습니까. 도대체 이 땅에 누가 있어 상극과 공멸의 광기를 잠재우고 상생과 평화의 장을 만들겠습니까. 우리가 어찌 새만금과 낙동강을 살리고 지리산과 북한산, 천성산을 살릴 수 있겠습니까. 핵 쓰레기로 죽어 가는 땅과 물을 어찌 살릴 수 있겠습니까. 여중생 미선이와 효순이의 육신을 되살릴 수 없듯이, 우리가 어찌 이미 파괴된 국토와 희생된 뭇 생명들을 되살릴 수 있겠습니까.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부터라도 더 이상의 죽음을 막는 일입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그것으로 이미 죽은 원혼들을 달래는 일입니다.
잘못 왔다 싶을 때 멈추는 것이 도리이며, 멈춰 서서 반성하며 돌아보는 것이 참으로 옳은 일입니다. 그 동안 이 나라의 정부는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개발 이익에만 집착해 위기의 산, 위기의 강, 위기의 바다를 자초해왔습니다. 국책사업을 빙자한 한지 앞도 못 보는 난개발의 시대는 바야흐로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그것이 새 시대의 새 정부, 새 대통령이 반드시 국운을 걸고 가야할 길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종교인들은 새로운 정치실현의 대장정에 들어선 노무현 정권에 큰 기대를 걸고 싶습니다. 정치적인 민주주의가 비로소 실현될 듯하며, 부패와 부조리의 세월이 가고, 마침내 상식이 통하는 시대가 다가온 듯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참으로 개발 지상주의 시대의 유물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온갖 오염과 파괴 속에 죽어 가는 자연의 소리까지 섬세하게 염두에 두길 바랍니다.
우리들은 친환경적이고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로운 사회를 일구어 가는 대통령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임기 5년의 성공한 대통령이요 정부일 뿐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터전인 금수강산을 지키고 가꾼 백년 지 대계의 아름다운 대통령이고 정부가 되기를 꿈꿉니다.
오늘 우리 범종교인들은 특별히 새만금 갯벌의 애타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이미 새만금 갯벌은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고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성지요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는 일은 파괴와 폭력, 야합과 죽음의 시대를 마감하고 상생과 화해의 시대를 여는 데 가장 중요한 증거요, 시금석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참으로 국민의 소리를 깊이 깊이 귀담아 듣기를 바랍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이미 온 국민의 83%가 강행을 반대했던 국민적 관심사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한순간도 쉼 없이, 할 수 있는 모든 수행으로 간척 중단을 요구해온 마음과 영혼의 기도처입니다. 우리가 어떤 어리석은 일을 하든, 결국 언젠가는 섭리를 따라 되살아날 생명의 터전입니다. 우리는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게 이 터전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여, 저 갯벌과 저 바다를 살려나가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그보다 먼저 우리는 파괴와 개발 지상주의의 노예가 되어온 이 세태를 정화하는데 앞장서오지 못한 우리 자신의 부끄러움을 깊이 들여다보며, 참회와 속죄의 정진을 계속할 것을 약속합니다.
우리 범종교인들은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감히, 살아나는 개만금 갯벌의 이름으로 생명과 평화의 시대를 선언합니다. 또한 화해와 존중, 존엄성과 공존의 시대를 선언하며, 한 마음으로 온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서원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는 환경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기도와 수행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는 환경의 시대를 위해 친환경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특별히 기도하겠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새만금 간척사업 등 대규모 생명파괴 사업이 중단되고, 그곳의 뭇 생명들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날까지 계속해서 정진하겠습니다.

2003년 1월22일
생명 평화 환경을 위한 범종교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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