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국민행동출범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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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국민행동출범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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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2.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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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정부와 (주)한국수력원자력에 의해 비민주적이고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결정된 핵폐기장 후보지선정을 백지화하고 핵발전 중심의 위험하고 시대착오적인 에너지 정책을 바로 잡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정부는 지난 십수년간의 핵폐기장 건설 시도가 왜 번번히 실패했는지 아직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역대 주무부처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이 막연히 안전하다는 주장만 내세우면서, 공개적인 토론보다는 검은 돈으로 주민을 회유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주민들은 고향을 팔아 넘기라는 유혹을 단호히 거부했고, 핵폐기장 사업은 최소한의 신뢰와 정당성마저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번 선정 과정에서도 정부와 한수원은 지역에 유치위원회를 조직하여 배후 조정하고 금품을 살포하다가 주요 언론에 폭로되었고, 국민적 합의와 주민 설득, 과학적 조사는 아예 뒷전으로 미룬 채 졸속으로 후보지를 발표하는데 급급하였다. 우리는 최소 3백년에서 길게는 수십만 년 간 생태계에서 격리시켜야 하는 지구상 최악의 맹독성 물질인 핵폐기물을 이렇게 무모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핵폐기장 후보지 발표는 핵발전소의 대량 추가 건설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온 국민과 자연환경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천만한 정책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18기의 핵발전소에 더해 2030년까지 또 18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비경제성을 뒤늦게 깨닫고 핵발전을 포기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1979년 미국 드리마일 핵사고와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미국에서는 단 한 건의 핵발전소도 추가로 건설되지 않았으며, 유럽연합 15개 나라 중 14개 나라들이 핵발전소 건설을 포기하거나 단계적으로 포기하고 있다. 대신 이들은 태양광, 풍력 등 대안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라는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현실로 만들고 있으며 핵 산업은 천덕꾸러기 사양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세계의 바람직한 추세를 쫓아 에너지 정책을 전환한다면 우리도 핵폐기장 건설을 서둘 이유가 전혀 없다. 중, 저준위 핵폐기물은 부피를 줄이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을 시급히 건설할 필요가 없어졌고 현재의 저장시설을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는 현재의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어쩌란 말이냐며 국민과 주민을 협박하고 있지만, 사실은 누구의 동의도 얻을 수 없는 핵발전 확대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어떻게든 핵폐기장을 먼저 건설하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의 주민들은 이미 수도권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핵발전 시설로 큰 고통을 당해왔다. 이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올바르지 않다. 더구나 정부는 이번에 선정하는 부지에 고준위 핵폐기물도 저장하겠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소를 만드는 데 성공한 나라는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떤 과학기술에 의해서도 수만년 동안 방사능을 내뿜는 플루토늄을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시설은 주민들만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핵폐기물 부지 선정 정책은, 도덕성과 합리성, 과학적 근거를 잃어버렸으며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자 오늘 <반핵국민행동>을 출범시킨다. <반핵국민행동>은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핵폐기장 건설을 백지화시킬 것이다. 나아가 세계적인 사양산업인 핵발전에 아까운 국가의 역량을 낭비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도록 국민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03년 2월6일
핵폐기장 백지화 핵발전 추방
반핵국민행동
Tag
#362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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