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서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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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에서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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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9.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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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교무 " 문화교당
영광에서 교육팀을 맡아 가가호호 방문하여 주민들에게 핵관련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약 7만명이 사는 지역을 팀원들과 방문을 하면서 가장 인상깊이 느낀 점은 우리 농민들이 절대로 어수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사실 교육이 필요 없을 만큼 대부분이 핵에 대해 깊은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영광 주민들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 가능성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오면 엄청난 지역 발전을 가져온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현재 영광지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낙후되어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감리 해수욕장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3대 해수욕장 중에 하나였는데 현재는 거의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역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이해관계가 가장 민감한 사항입니다. 영광지역을 방문하면서 군민들의 여러 가지 마음의 상처를 보았습니다. 예를 들면 영광굴비를 법성포 굴비라는 이름으로 바꿔 판매해야 되고 영광에서 생산된 쌀을 서울에서 가격을 낮춰서 팔아야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영광은 핵폐기장 문제로 10여년을 투쟁해 온 지역입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인 한수원이 군민들을 부도덕적으로 회유하고 이간질을 함으로써 지역의 민심이 매우 흉해졌다는 것입니다. 유치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대화는 거의 단절되고 분열되고 있습니다.
현재 부안 군민들은 황당함과 분노로 사로 잡혀있습니다. 그 이유는 유치결정 과정이 너무나 황당하기 때문입니다. 위도는 후보지역에도 없었고 공식적인 공청회 한번도 없었습니다. 또한 군민들과 군의회도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군수도 핵폐기장 건설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결정 하루 전에 군수가 사라졌습니다. 불안한 군민들과 군의회는 바로 비상소집을 통해 반대 결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핵폐기장 후보지 신청 하루 전날 도청에서 도지사와 함께 나와 부안에 핵폐기장을 설치하겠다고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너무나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군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분노는 참여정부라는 노무현 정부의 결함이 만천하에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군수의 처사를 받아들여 6일 만에 위도에 결정을 해버린 일입니다.
영광처럼 부안에서도 지역주민들에 대한 회유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위도에 가면 핵폐기장 이야기는 어디 가버리고 돈에 대해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유치하는 입장에서 군수도 3천억에서 6천억으로 올려달라는 이야기였고 위도사람들은 한수원 직원들의 말에 따라 가구당 5억씩이 지불되고 3억은 개인에게 2억은 지역발전에 쓰겠다는 문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핵폐기장의 위험성과 불가피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고 돈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으로 핵폐기장 설치가 결정되었기에 군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거기에 언론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에 어디에라도 호소하려는 마음에 군민들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폭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방식으로 진압했습니다. 심지어 핵폐기장 설치 결정이 나고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방송을 통해 만일 부안에 치안상 필요하다면 병력을 보내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부안에는 과격시위를 진압하는 101, 102 전투부대, 일명 백골단을 투입시켜 많은 부상자를 낳게 했습니다. 그 때 시위현장에 있었는데 경찰이 주민들을 골목으로 몰고 다니면서 곤봉으로 때리고 방패로 찍었습니다. 광주사태 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필름을 통해 봤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입니다. 저도 옆에 서 있다가 몇 대 맞았습니다. 이런 폭력적 진압방식이 더욱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민들과 충분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진지하게 핵폐기장의 불가피성에 대해 논의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의 방식은 전근대적이고 불합리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흘러간 5공 군사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방식들이 지금 부안에서 거리낌없이 자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산업사회와 과학기술이 뒷받침해주는 현대문명에서 물질적 풍요와 편리를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 대가로 환경 대재앙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대종사님께서 대각 후 세상을 관찰하시고 하신 말씀이 앞으로 물질 세력에 의해 노예가 되고 파란고해를 면치 못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물, 공기, 땅, 바람, 비, 햇빛 등을 예전과 달리 지금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수기와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고 바람불면 황사걱정, 비 오면 산성비 걱정, 자외선 걱정 등으로 갈수록 현대 문명이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현대 문명이 과연 옳은 방향을 가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그 책임에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은신앙을 하는 우리는 현대 문명이 천지와 멀어지는 길을 가고 있으며 새만금 사업과 핵문제도 거기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사회에 노출시키는 것이 교화의 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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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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