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을 계기로 본 인류평화와 실천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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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을 계기로 본 인류평화와 실천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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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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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 사무총장
1. 평화의 정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대체로 평화라고 하면 두 가지 정의가 나와 있다. 하나는 그 주체가 무엇이든 평온하고 화목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우리가 흔히 ‘마음의 평화’, ‘가정의 평화’, ‘직장의 평화’ 등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서의 인간 내적으로 혹은 인간 상호간의 갈등과 싸움이 부재한 상태를 의미한다.
두 번째 전쟁의 반대되는 의미로서 국가간 혹은 집단간의 무력 충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무기 혹은 무력으로 국가간, 집단간에 서로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전쟁이 부재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물리적 충돌이 없다고 무조건 평화라고 할 수 없다. 당장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국제간의 긴장이 심화된 상태를 ‘냉전’(冷戰)이라고 한다. 2차 대전이후 동서간의 대립 상태가 바로 그것이며 한반도의 휴전상태도 사실상 전시의 연속이다.
따라서 전쟁과 평화가 반대되는 개념이나 그 사이에는 무수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 또한 개인간의 평화와 집단간의 평화, 그리고 인간 내적인 평화와 외적인 평화는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고 상호 인과관계에 있다.

2. 무엇이 평화를 어렵게 하는가?
일단 개인과 개인 사이의 평화 문제부터 보기로 하자. 가정에서, 마을에서, 직장에서 구성원간에 갈등이 생기고 싸움이 생기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먼저 이 싸움의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다. 전생의 원수가 이 생에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요, 또 자라온 환경이 서로 다르다 보니 서로 이해하는 바가 달라 싸움이 생기는 수도 있고, 원래는 잘 하려고 했는데 서로 오해가 생겨 싸움이 나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 마음의 문제로 귀일한다.
그럼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 국가간의 싸움 혹은 전쟁은 그 원인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전쟁처럼 종교가 주원인인 것도 있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간의 싸움처럼 종교, 종족의 문제가 섞여 있는 것도 있고 6.25 전쟁처럼 이념 혹은 계급간의 싸움도 있다. 이번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은 정치, 경제, 종교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집단간 혹은 국가간의 싸움도 결국 그 뿌리를 캐어보면 그 집단 혹은 국가를 이루고 있는 개인들의 마음, 즉 집단 의식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어떠한 원인에 비롯되었든지 사람의 마음에 원한이 가득하여 그로 인해 전쟁과 테러를 일으키는 것은 진리에 눈이 어두운 무지요 어리석음이며 치유되어야할 인류의 큰 마음병이다. 대종사께서는 다음과 같이 전쟁의 원인에 대해 말씀하셨다. 「개인 가정과 사회 국가의 크고 작은 모든 전쟁도 그 근본을 추구해 본다면 다 이 사람의 마음 난리로 인하여 발단되는 것이니, 그러므로 마음 난리는 모든 난리의 근원인 동시에 제일 큰 난리가 되고...」 (수행품 58)
두 번째 원인은 사회의 불의(不義)다. 정의롭지 못한 대우가 개인이나 집단으로 하여금 원한을 갖게 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테러로 맞서는 것도 수 천년 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을 부당하게 이스라엘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25가 터진 것도 그 근본 원인은 조선시대부터 양반이 상놈을 유산자가 무산자를 무시하고 억압한 것이 쌓이고 쌓여 원한이 되고 이것이 공산주의의 계급투쟁을 지지하는 원인이 되었고 결국은 전쟁까지 불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나 집단의 마음속에 있는 탐진치를 제거하는 것도 평화를 이루는 중요한 방법이지만 사회의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 역시 평화를 이루는데 필수적인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세번째 평화를 어렵게 하는, 특히 국제간의 평화유지가 어려운 원인중의 하나는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제어할 효과적인 국제 기구를 아직 우리 인류가 갖지 못하다는데 있다. 개인간 혹은 집단간의 싸움은 그것이 국가 권력이 미치는 공간에서 일어났을 경우 국가가 경찰력을 동원해서 싸움을 제지할 수 있고 법으로서 잘한 사람과 잘못한 사람의 시비를 가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간의 싸움은 그것을 제재할 효과적인 방법이 아직도 없다는 것이다.

3.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과제
앞서 평화를 위협하는 몇 가지 원인을 살펴보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탐진치’다. 따라서 평화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우리 인류가 각자의 마음을 잘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공자께서도 평천하의 근본이 수신에 있다고 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 또한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세상 모든 난리를 평정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마음 공부법을 제시하였다.
「우리의 공부법은 난리 세상을 평정할 병법(兵法)이요, 그대들은 그 병법을 배우는 훈련생과 같다 하노니.(중략) 그런즉, 그대들은 이 뜻을 잘 알아서 정과 혜를 부지런히 닦고 계율을 죽기로서 지키라. 오래오래 쉬지 않고 반복 수행하면 마침내 모든 마군을 항복받을 것이니, 그리 된다면 법강 항마의 법위를 얻게 되는 동시에 마음 난리에 편할 날이 없는 이 세상을 평정하는 훌륭한 도원수(都元帥)가 될 것으로 확신하노라.」 (수행품 58)
더불어 대산종사께서는 세계평화 3대 제언을 하시면서 심전계발 (心田啓發)에 대해 말씀하였다. 즉 오늘날 전쟁과 테러의 근본 원인은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하는 가치관의 전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물질의 세력을 항복받고 그 주인인 정신이 세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심전계발 즉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인류평화 4대 제언을 하셨으니 그것은 ‘인류개진(皆眞)운동’ (각자의 마음속에 참을 기르자), ‘인류개기 (皆技)운동’ (각자가 1인 1기를 익혀 자력을 기르자), ‘인류개선(皆禪)운동’ (大禪定에 들어 禪心으로 살자), ‘인류보본(報本)운동’ (감사 보은 생활을 하자) 등이다. (청운회와 함께하는 ‘새삶운동’은 인류평화 4대 제언을 국민운동, 인류운동으로 확산해 가자는 것이다.)
두 번째, 올바른 치국(治國)의 단계다. 앞서 평화를 위협하는 두 번째 원인으로 사회의 불의를 지적했듯이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이 없어져야 한다. 사회적으로 남녀, 종교, 출신, 재산의 유무에 관계없이 평등한 권리가 보장되도록 해야 하고 인권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의해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 하나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경제적으로도 약소국이 강대국에 불평등한 예속관계가 되지 않도록, 개인간에 있어서도 공정한 경쟁의 틀은 보장하되 절대적 약자는 복지 제도를 발전시켜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할 일이다. 대산종사께서 세계평화 3대 제언의 하나로 ‘공동시장개척’을 주장한 것도 적자 생존의 원칙에 의해 최강자만이 존재할 수 있는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보다는 서로가 살 수 있는 (win-win) 상생의 공동시장을 만들어 모든 인류가 함께 잘 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틀을 법으로 만들어 국민들로 하여금 지키게 하는 것이 정치인들이 할 일이며, 만들어진 법을 잘 시행하고 계도하는 것이 공무원 (GO)의 역할이며, 또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시행되는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시민단체 즉 NGO 들의 역할이다. 따라서 정치인과 GO, NGO가 서로의 역할을 잘 해낼 때 건강한 사회, 평화로운 사회가 가능한 것이다.
셋째, 평화로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을 제재하고 평화를 지켜내는 효과적인 국제기구가 존재해야 한다. 현재 세계에는 많은 국제법이 있고 또 국제기구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차 대전이후 세계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연합 즉 UN이다. 그러나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자고로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음양이 함께 어울러야만 실제로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재는 정치적 연합체인 UN만 존재하고 도덕적 연합체는 아주 미약하게 존재하니, 이는 마치 수레바퀴가 한 쪽은 크고 한 쪽은 아주 작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과 같다하겠다. 현재, 세계종교인평화회의 (WCRP), 세계신앙의회(WCF), 세계종교자유연맹 (IARF)이니 하는 국제적인 종교연합 기구들이 있으나 UN에 비하면 그 영향력과 조직은 극히 미비하다. 따라서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UN의 힘을 보다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나 더 필요한 것은 UN과 균형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종교연합기구 (UR)의 탄생이 필요하다. 수레의 두 바퀴가 작아도 균형을 이루면 웬만한 짐을 싣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나 바퀴의 크기가 서로 다르면 아무리 작은 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은 빙빙 돌게 되어 있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 평화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도는 이유인 것이다.
끝으로 평화를 위한 과제로 한가지만 더 부연한다면 ‘평화교육’의 필요성이다. 평화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개인, 가정, 사회, 국가가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평화의 구현은 언제나 하늘에 떠있는 무지개일 뿐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국가와 세계기구 차원에서 청소년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평화의 가치와 평화의 원인, 그리고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치고 훈련해야 한다.
<정리: 김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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