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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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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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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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자 학부모 " 원경고등학교
<지난호에 이어>
그러던 중에 졸업을 1달 앞둔 시기에 언니의 집안 사정으로 저희는 학교 앞 여관에서 일주일을 보냈고 다시 월세방을 빌려 생활했지요. 동네 시장에서 대충 이불과 냄비 등을 사서 살았는데 얼마나 웃풍이 심한지 얼굴이 이불 밖으로 나오면 눈썹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리는 더욱 심하게 부어올라 매일 침을 맞고서야 걸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사연도 많았지만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모자는 애 아빠 곁으로 다시 왔습니다.

고등학교는 사택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경남 하동의 금남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습니다. 아이 등하교시키려고 경차도 하나 샀어요. 학교에서 임원과 자모회 총무까지 하면서 열심히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 학교는 선후배가 전부 친척이고 동네 역시 친척들이 모여 살아 아이들이 항시 뭉쳐 다녔고, 우리 아이는 친구도 없이 왕따에 수시로 산 속으로 여러 번 끌려가 매 맞기도 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와 재우기도 하고 방과후 놀다 전화를 하면 마을까지 가서 같이 놀던 친구들을 집집마다 데려다 주고 오면 새벽녘이 다되어 잠을 이루곤 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친구가 생긴다는 것만으로 전 기뻤습니다. 그래서 저는 힘든지 모르고 생활했어요. 아이가 잘 지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으니까요.

그러던 중, 고 2학년 1학기 말 아들이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하면서 투정을 부려 내막을 알아보니 그 동안 혼자 마음 아픈 일이 너무 많이 있었는데 참았나봅니다. 아이는 웃음도 잊고 모든 것에 부정적이고, 누굴 믿으려 하지도 않고 반항만 남은 아이로 눈에는 화난 눈동자를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로 변해 있었어요. 그래도 학교 담임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른 학교를 알아보시겠다고 걱정 말라고 하시면서, 정말 여러 곳을 알아 봐 주셨어요.

일주일에 한번 등교하고 다른 날은 집에서 공부하는 통신고등학교와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를 추천해주셨는데, 특히 교장선생님께서 원경고등학교를 적극적으로 권해주셨습니다. 학교 사정과 아이가 잘 적응 할 수 있는지 몇 번씩 전화를 해서 알아보셨고 담임선생님께서는 아이 면접 때 함께 오시겠다고도 했지만 죄스러워 제가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잘 해주셨는데, 졸업을 못하고 나가는 우리 아이가 안타까워서 수시로 전화를 해주시곤 했어요.

원경고등학교에 데리고 올 때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은 아이를 이 학교에 두고 가도 괜찮을까. 내가 옆에 없어도 잘 지내줄까. 두고 가는 날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일주일에 한번씩 자주 찾아와 아이를 보고 가는 날이면 아이 얼굴 표정에 따라 주일의 희비가 엇갈리는 생활을 했어요. 한두 달 가까이는 마음을 못 잡고 학교를 나와 버려 매일 선생님과 어미 전화를 받고는 며칠 지나 학교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수시로 전화에 대고 죽겠다고 정말 학교에 못 있겠다고 할 때는 같이 죽어버릴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저는 기진맥진 할 정도로 너무나 지쳤지만 그래도 아이를 달래는 길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아이를 또 학교에서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매일 매일 학교에 가서 청소라도 하면서 지켜 볼 수 만 있다면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러던 아이가 점점 변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늘 편견 없이 대해 주시고 특히 대화의 상대를 자청하시는 교감선생님의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언젠가부터 우리 학교란 말을 스스럼없이 합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마음공부 시간이 있어요. 저도 일년에 4번 학부모 학교를 통해 마음공부를 합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우리 학교에서는 아주 큰 선물을 주셨지요.

마음공부 시간이 궁금하시지요. 마음공부란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묘한 또 다른 마음을 잠깐 생각하면 어떤 것이든 있을 수 있는, 이해 할 수 있는 마음을 늘 함께 한다는 그런 것이지요. 미운 마음을 잠깐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또 다른 마음이 생긴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미워도, 미운 마음을 가지고 공부하려고 노력하시고 아이들을 품에 안으시며 슬픈 이야기에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은 정말 맑은 분들만 계십니다.

대안학교란 학교마다 특성이 있겠지만 이런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우리 아이처럼 마음의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다시 태어나서 세상을 바르게 살아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아들이 웃음도 얼마나 예쁘게 웃는지 몰라요. 우리 아이는 1학기 수시에 합격해(한국방송아카데미) 현재 아르바이트와 운동으로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내년부터 대학생으로 생활을 준비 중입니다.

19년 동안 자식을 키워 온 것을 몇 장의 글로 다 표현은 못하지만 그러나 한가지의 목표는 뚜렷이 있습니다. 내 아들이 사회의 일원이 되어 그 동안의 아픈 시련을 딛고 날개를 활짝 펴서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도록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아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의 마음의 상처를 본인의 상처처럼 아파하시고 늘 따스한 눈길과 애정으로 보살펴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특히 박영훈 교감 선생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자의 집합체 원경 고등학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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