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목욕봉사에 나선 상계교당 이근선.김진녀.이재근.안도현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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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목욕봉사에 나선 상계교당 이근선.김진녀.이재근.안도현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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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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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씻기는 마음으로 하죠
“할아버지, 이렇게 깨끗하게 씻고 나니 너무 미남이시다" 할아버지들의 등을 정성껏 밀어주며, 이근선 교도(상계교당 봉공회장)는 비오듯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훔친다.
“아우, 개운하다", “고마워요. 고마워" 오늘도 할아버지들은 고마운 마음을 야구르트 두 줄에 담아 봉사자들 손에 꼭 쥐어준다. 중풍이나 치매를 앓아 24시간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한, 연고 없는 독거 노인들만 들어올 수 있는 서울시립중계노인복지관. 상계교당 이근선 교도는 7년째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매주 수요일 아침 9시, 이 교도는 상계교당의 김진녀, 이재근, 안도현 교도와 함께 올 초부터 복지관에서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남자목욕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1시간 반 동안 넷이서 15명을 씻기고 나면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마음만큼은 상쾌하다.
처음엔 여자 몸으로 외간 남자의 알몸을 만져야 하는 목욕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작년까진 여자 목욕을 담당했는데, 월급을 받는 간병인들 조차 남자노인들을 목욕시키는 것을 꺼려해 “꼭 필요하다면 원불교도인 우리가 하자"고 시작했다. 매주 얼굴을 마주치다 보니 이젠 할아버지들도 전혀 쑥스러워하지 않고, 목욕 봉사자들 역시 내 아버지를 씻겨드리는 마음으로 하게 되었다고.
더구나 치매 증상이 조금씩 있는 할아버지들은 어린애처럼 천진해서 때론 아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씻기 싫다고 화장실로 숨어버리기도 하고, 조금만 세게 문지르면 아파 죽겠다고 울고, 예뻐졌다고 하면 금방 좋아하는 할아버지들이 이젠 가족처럼 정이 들어 안 보면 서운하기까지 하다.
얼마 전엔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앉힌 채 목욕을 시키다 목욕탕 바닥으로 미끄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혹시 다치지나 않았을까" 둘이서 끙끙대며 끌어올리느라 바쁜 사이에 어떤 할아버지가 김진녀 교도의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바지 지퍼가 안 올려진다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김 교도는 오늘도 한마디 주의를 준다. “할아버지, 내 옷 입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웃기만 한다 “알았어, 허허."
가장 나이가 어린 이재근 교도는 “항상 기저귀를 차고 있어 대, 소변이 채 안 닦인 할아버지의 아랫도리를 씻길 적엔 속이 울렁거려 구역질을 참느라 힘들다"며 “하지만 그런 분일수록 욕창에 걸리지 않게 잘 씻겨드려야 한다"며 어느덧 봉사활동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새벽까지 동대문시장에서 의류도매업을 하고 다시 9시에 나오는 이근선 교도와 아침에 봉사를 마치고 보험대리점으로 출근하는 김진녀 교도는 “시간나면 봉사하지 라는 마음으로는 결코 봉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근선 교도는 “남자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생겨서 할아버지를 더 편안하게 목욕시켜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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